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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러리 내세우고 입찰가 짜고 치고…탄소중립사업, 혈세 줄줄 샜다

■ 정부, 설비지원사업 점검결과

316개 사업서 496건 사례 적발

보조금 환수·사업 제외 등 추진

전문기관에 사업비 적정성 검토

김종문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 겸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탄소 중립 설비 지원 사업 점검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A사는 탄소 중립 설비 공사 입찰에 참여하면서 평소 알고 지내던 동종 업계 회사 두 곳에 발주처 예산액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도록 했다. 예산액 그대로 제시한 A사는 단 한 푼의 감액 없이 사업을 따냈다.

배출권거래제 할당 대상 업체가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계·장치를 도입할 때 정부가 비용의 30~70%를 대주는 ‘탄소 중립 설비 지원 사업’이 관리 허술을 틈타 ‘눈먼 돈 나눠 먹기’식으로 운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과 환경부는 5일 이 같은 내용의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가 2021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국고보조금 총 1850억 원이 지급된 316개 사업을 들여다본 결과 업무·입찰 방해 등 의심 사례와 전기공사업법 위반 등 모두 496건이 적발됐다.

사업비 산정의 근거가 되는 비교 견적서를 허위로 작성한 경우는 135건이었다. 한국환경공단은 사업비를 정할 때 보조금 신청 업체로부터 3개 이상의 견적을 받아 최저 금액을 고른다. 이를 악용해 일부러 더 높은 비교 견적을 제시해 사업비를 부풀린 것이다. 업무방해다.

들러리 업체를 세워 유찰을 막거나 일부러 높은 가격을 쓰는 업체를 참여시켜 경쟁입찰처럼 꾸민 사례도 74건에 달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한 경우는 4건 적발됐다. 업체들이 담합해 여러 사업을 나눠 먹는 사례는 21건이었다.



안전과 직결된 전기공사나 건설공사를 하며 무등록자를 참여시킨 경우가 120건에 달했고 전기공사와 다른 공사를 분리 발주하지 않은 경우는 20건이었다. 일정 금액 이상은 조달청장에게 위탁하는 ‘중앙 조달’로 계약해야 하지만 자체 조달(나라장터)을 한 사례도 82건이나 됐다.



정부는 업무·입찰 방해 의심 사례 등 209건(139명)은 수사 의뢰하고 전기공사업법·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행위 140건(116명)은 환경부를 통해 고발 조치했다. 보조금 초과 지급액 828만 9000원은 환수한다. 환수액은 향후 경찰 조사에 따라 한층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환경공단이 지원 업체(보조금 수령자)를 정하면 이후 업체가 입찰 공고부터 낙찰자 선정까지 독자 수행하는 과정에서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지원 업체가 국가계약법을 따르도록 하고 위반 시 보조금을 환수하거나 사업에서 제외시키기로 했다. 구체적인 관리·감독 근거를 담은 운영 지침 개정도 추진한다.

환경공단 컨설팅 업체가 계약 과정에 개입한 사례가 나온 만큼 불필요한 컨설팅을 최소화한다. 또 사업비가 적정한지 한국물가협회 같은 원가 계산 용역 기관이 따져보기로 했다.

부패예방추진단장인 김종문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과도한 처벌보다는 잘못된 관행과 허술한 시스템 개선이 목적”이라며 “동일한 위법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기관에 사례를 전파하고 추가 점검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보조금을 지원받는 탄소 중립 설비는 태양광·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와 폐에너지 회수·이용 설비, 폐기물 열분해 시설, 탄소 포집 설비, 고효율 설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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