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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전기차는 트럼프 당선이 악재…에너지·기술 전망은 복합적” [美대선 2024]

美 대선 결과에 촉각 곤두선 美 기업들

누가 승리하느냐 따라 산업 향방 갈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펜실베이니아에서 피츠버그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5일(현지 시간) 미국 대선 결과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 것인지를 두고 기업들의 촉각이 곤두섰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세금·규제·관세 등에 관한 다양한 공약을 제시한 가운데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산업 분야가 적지 않아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대선 승자가 누구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주요 산업 분야로는 에너지·기술(IT)·식음료·항공·전기차 등이 있다. 트럼프·해리스 후보의 공약을 토대로 각 산업별 영향과 전망을 살펴봤다.

■에너지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석유 및 가스 부문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앞서 트럼프는 “조 바이든이 추진한 산업을 죽이는 모든 규제를 폐지해서 미국의 에너지를 해방시키겠다”고 외친바 있다. 반면 해리스가 승리한다면 재생에너지를 장려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해리스는 4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친환경 에너지로 유입되도록 장려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주력 법안 중 하나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이어갈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 법을 폐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승리=화석 에너지, 해리스 승리=재생 에너지’로 단순하게 도식화해서는 안 된다. 해리스는 미국이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남을 수 있도록 화석 연료 생산도 촉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면 트럼프가 아무리 석유·가스 생산을 지지해도 투자자들이 값비싼 신규 시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를 꺼리는 상황에서 단기간에 상황이 달라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 또 전기차나 재생에너지가 다가올 미래라는 점에서 트럼프가 무작정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잇다. 다만 FT는 트럼프 재선 시 연방 정부 승인이 필요한 해상 풍력 등 특정 분야가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또 해리스와 달리 수입품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트럼프가 재선한다면 세계 무역을 흔들어 결국 에너지 기업의 중장기적 비즈니스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두 후보가 공통되게 도입을 지지하는 에너지는 원자력이다.

■기술


FT는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현재 실리콘밸리에 불고 있는 ‘인공지능(AI) 광풍’은 속도 조절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규제는 풀려도 산업이 위험하고, 해리스가 승리하면 산업은 성장해도 규제 장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트럼프의 경우 실리콘밸리 거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과잉 규제’를 반대하기에 당선 시 AI 및 기술 산업에 유리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이다. 실제 트럼프는 1년 전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AI 관련 행정 명령을 취소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해당 명령은 ‘안전하고 보안성이 높으며 신뢰할 수 있는 AI의 개발 및 사용’이라는 취지 아래 안보·안전을 위협하는 AI 기술의 개발과 사용을 다방면으로 규제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대만·한국 등의 기술 기업이 미국 반도체 산업을 훔쳐간다고 맹비난하는 중이다. 미국 AI 산업을 이끄는 엔비디아나 애플 모두 첨단칩 생산을 위해 TSMC 등 해외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보호주의 정책이 AI 기업에 도리어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리스는 평생 캘리포니아에 살았고 반도체 동맹을 만들고자 한 바이든 행정부와 뜻을 함께 하기에 기술 산업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또 해리스의 친이민정책은 실리콘밸리를 이끄는 기술 인재들의 유입 흐름을 유지하게 도울 것이다. 그러나 AI 위험에 대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불안이 또 다른 장벽을 세울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4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투표 처리 센터에서 선거 작업자들이 개표를 위한 우편 투표용지를 준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소비재


소비재 기업 역시 누가 당선되든 큰 호재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선 해리스가 당선되면 미국 식음료 그룹은 가격 전략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수 있다. 해리스는 취임 100일 이내에 식음료 기업의 폭리를 연방 차원에서 금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해리스는 또 경쟁을 해치는 것으로 여겨지는 인수합병을 억제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이다.

트럼프는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미국인의 식료품 가격을 낮추겠다고 약속했지만 경제학자들은 이 정책이 결국 물가를 인상시키는 “반대의 효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곡물과 설탕을 포함한 원자재 수입에 관세가 부과되면 식료품값이 오를 수밖에 없고 식음료 업체들은 결국 마진을 지키고자 가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4일 전미소매연맹은 트럼프가 제안한 관세 정책이 시행되면 미국 소비자들이 연간 460억 달러에서 780억 달러의 소비력을 잃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항공·전기차


항공업계에는 트럼프의 승리가 나쁜 소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는데 보잉은 중국이 보복 관세로 반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미국 기업이다. 보잉의 큰 손 고객인 중국이 항공기를 사지 않는다면 품질 문제와 파업 피해로 곤혹을 겪고 있는 이 기업이 더욱 곤경에 빠질 수 있다. 버티컬리서치 파트너스의 분석가 로버트 스탈라드는 “보잉은 한동안 중국으로부터 신규 항공기 주문을 받지 못했는데, 트럼프는 가뭄을 연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해리스는 전반적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기에 항공업계에 큰 피해가 예측되지는 않는다.

3분기 미국 신차 판매의 9%를 차지하며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도 트럼프 당선은 악재가 될 수 있다. 트럼프는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자동차 산업을 죽일 것이며 반드시 철폐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기존 자동차 제조사로는 전기차 개발에 적극 투자할 동력을 잃게 되는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적격 전기차에 제공하는 7500달러의 세금 공제로 폐지할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자인 머스크 테슬라 CEO의 입김이 다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는 최근 “머스크는 나의 아주 좋은 친구”라며 전기차에 대한 공세를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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