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가 결정된 서울 서초구 서리풀 지구는 푸른 산으로 둘러싸인 농지에 비닐하우스가 중간중간 보이고 농작물과 꽃 등을 가꾸는 주민들이 눈에 띄었다. 한산하고 고요한 분위기였지만 토지 소유주들은 기대감에 들뜬 모습이었다.
고춧잎을 말리고 있던 한 원지동 주민은 “30년 넘게 이곳에서 소일거리 하며 살다가 지난 8월에 그린벨트가 해제된다는 뉴스를 보고 외부 사람들이 자주 오길래 정말 개발이 되는 건가 했다"며 “줄곧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서 투기꾼이 많지 않은 조용한 동네인데 땅값이 오른다고 하니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토지 소유주들의 전화가 밀려 들어왔다. 신원동 A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지역을 발표하자마자 5억 원에 나와있던 약 165평 크기 전답 매물이 보류됐다”며 “토지 보상이 되면서 지금보다 가격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소유주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보상 기대감에 기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높이는 분위기 속 매수 문의가 오긴 하지만 8·9월에 비해 뜸하다. 매수자들은 새 아파트가 들어서도 분양권을 받지 못한다는 설명에 발길을 돌리고 있다. 역삼동 B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매수 문의는 오히려 그린벨트 해제 소식이 나왔던 8·9월에 많았고 그때 거래가 이뤄졌고 10월 이후엔 문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신원동 C 공인중개업소 대표도 “시세차익 기대보다는 분양권을 받을 수 있냐는 매수 문의가 들어온다”며 “하지만 공공주택특별법에 의해 무주택자이면서 1년 전에 이미 매수를 했어야 조건을 맞출 수 있어서 이미 늦었고 현금청산 대상이 많다”고 설명했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들의 말에 따르면 이번에 그린벨트가 해제된 서울 서초구 지역 토지의 소유주들은 이미 서울 유주택자 이거나 토지나 건물을 여러 채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부자들이다. 이들은 분양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 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토지 수용 시 시세 차익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큰 기대가 없기도 하다. C 중개업소 대표는 “감정가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그동안 인근 내곡동 토지 수용 경험으로 미뤄볼 때 이번에 그린벨트가 풀린 지역도 3.3㎡당 50~100만 원 정도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원지·신원동 소재 전답은 3.3㎡당 평균 300만 원 수준이고 경부고속도로에 인접한 땅은 500만 원 선이다.
도로도 신설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있는 도로로는 1톤 트럭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정도여서 공사 차량이 드나들기에도 쉽지 않다. 농협하나로마트 쪽에서부터 경부고속도로로 이어져 내려오는 길이 지금 신설 공사 중이다. C 중개업소 대표는 “농협하나로마트에서 내려오는 길 외에도 양재IC 부근에서 서울추모공원을 거쳐 새로운 길이 날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게 되면 경부고속도로를 기준으로 왼쪽 편 아파트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높게 형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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