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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조 재산분할' 최태원-노소영 소송, 대법원에서 본격 공방…주요 쟁점은

대법원,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 기한 넘겨

SK주식 '특유재산' 여부, 비자금 등 논란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올 4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했다. 연합뉴스




2심에서 1조 3808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재산분할 결정이 내려져 SK그룹 경영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이 대법원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게 된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을 심리하는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가 이날 통상 업무 시간 종료까지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리지 않으면서 추가 심리에 돌입하게 됐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 사건을 별도의 심리 없이 기각하는 제도다.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판단 기한은 사건 접수 4개월 이내며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의 경우 지난 7월 8일 접수돼 이날 자정이 마감 기한이다.

대법원은 항소심 단계까지 제출된 방대한 기록과 최 회장 측이 제출한 500쪽의 상고이유서, 노 관장 측의 반박 서면 등을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토한 뒤 추후 정식 기일에 판결을 선고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쟁점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대법관들이 나눠 맡은 소부에서 판단하지 않고 모든 대법관이 참여해 판단하는 전원합의체로 넘어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대 쟁점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옛 대한텔레콤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는 '특유재산'으로 볼 것인지다. 특유재산이란 부부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신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의미한다. 민법은 '부부별산제'를 채택하면서 특유 재산은 부부가 각자 관리·사용·수익하는 재산으로 이혼하더라도 분할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정한다.

앞서 2심을 맡은 서울고법 가사2부는 SK 주식을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SK의 성장에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뒷배'가 작용했으므로 사실상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재판부는 최 회장 명의 재산 3조 9883억 원을 분할 대상으로 보고 총 1조 3808억 원을 노 관장에게 넘겨주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최 회장 측은 SK 주식은 노 전 대통령과 무관하게 형성한 특유재산이 맞고, 노 관장이 단순히 협력하거나 내조했다는 이유 만으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SK 주식은 최 회장이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자금으로 인수한 것이어서 명백한 특유재산으로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1심 대비 20배나 상승한 분할액수도 기존 관례를 크게 벗어난 판단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노 관장 측은 이러한 최 회장 측 주장에 대해 재산분할 제도의 취지와 우리 법 및 판례의 태도를 무시하고 있다고 맞섰다. 기존 판례와 재판 실무가 혼인 중 취득한 재산을 부부의 공동재산이라고 전제하고 각자 기여분에 따라 재산을 분할한 점에 비춰볼 때 항소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특유재산에 관한 법적 다툼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논란으로 이어졌다. 노 관장 측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모친인 김옥숙 여사가 작성한 메모를 제출했다. 이 메모는 김 여사가 1998년 4월과 1999년 2월에 노 전 대통령이 조성한 비자금을 기재한 것으로 '선경 300억 원'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2심 재판부는 이 메모와 1991년 선경건설(SK에코플랜트 전신) 명의 약속어음을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의 자금 300억원이 최 회장 부친인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에게 흘러 들어갔다고 봤다. 이 돈이 SK그룹 성장의 종잣돈으로 쓰였고 노 관장의 기여도 인정할 수 있다는 논리다.

최 회장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약속어음은 돈을 받았다는 증빙이 될 수 없고, 메모의 내용은 어떠한 실체도 없으며, 사실로 입증된 것도 전혀 없다는 취지다. 따라서 노 관장의 기여는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다.

2심 재판부의 판결문 경정(사후 수정) 범위도 대법원의 심리 범위에 포함된다. 앞서 2심 재판부는 판결을 선고하고 17일 뒤 내용을 수정했다. 최종현 선대 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치가 주당 1000원이었는데 이를 100원으로 잘못 적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중간단계의 사실관계에 관해 발생한 계산오류 등을 수정하는 것"이라며 "최종적인 재산분할 기준시점인 올해 4월 16일 기준 SK 주식의 가격인 16만원이나 구체적인 재산 분할 비율 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판결문 수정에 따라 최 선대 회장과 최 회장의 주식 가치 상승 기여분이 달라지므로 1조 3808억원이라는 재산 분할 판결도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계산 오류가 재산분할과 위자료 규모를 도출한 실제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되면 대법원은 판결을 파기할 수 있다. 양쪽 대리인단은 이 같은 쟁점을 두고 앞서 제출한 상고이유서의 범위 안에서 참고서면 등을 제출하며 다투게 된다.

최 회장은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 등을 지낸 홍승면 변호사와 법무법인 율촌의 이재근 변호사 등을, 노 관장은 감사원장과 국회의원을 역임한 최재형 변호사 등을 소송대리인으로 각각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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