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들의 디지털 부서는 사건 사고, 이슈 등을 처리해 온라인으로 기사를 내보낸다.
부서 특성상 자주 보게 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바로 자살이다. 한 사람의 생명에 관한 사건이기 때문에 기사를 작성할 때 기자들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다양한 기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원색적인 표현을 쓰거나 유명인의 죽음의 경우 이른바 ‘어그로’를 끌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 경쟁을 하는 것 또한 현실이지만 말이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이달 6일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한국기자협회가 ‘자살 예방 보도 준칙 4.0’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자살 사건의 경우 △가능한 한 보도하지 말 것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말 것 △고인과 유족을 존중할 것 △기사 끝에 자살 예방 정보를 제공할 것 등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자살 보도 방식을 바꾸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기자·언론사·언론단체 등 매스미디어뿐 아니라 경찰·소방 등 국가기관, 블로그·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 1인 미디어도 준칙을 준수하고 실천해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사 작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무래도 ‘묘사의 방식’이다. 돌이켜보면 수년 전만 해도 자살이라는 단어를 쓰는 데 별다른 문제의식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새 ‘스스로 목숨을 끊다’ 또는 ‘극단 선택’이라는 표현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스로’ 또는 ‘선택’이라는 표현이 죽음의 원인과 결정 과정을 모두 개인에게 돌려버린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언론중재위원회는 올 5월부터 자살을 ‘극단 선택’이라고 표현한 기사에 대해 시정을 권고하고 있다. 그럼 이제 자살을 뭐라고 적어야 할까. 언중위는 ‘사망’ ‘숨지다’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안내한다.
이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지만 전문가들은 효과가 적지 않다고 한다. ‘말의 힘이 세구나’ 새삼 놀라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자살을 대체할 단어를 찾으면서 느껴지는 것은 그 효과보다는 ‘절박함’이다. ‘오죽하면 이런 방법까지…’라는 안타까움, ‘우리 사회가 진짜 절박한 상황이구나’라는 실감이랄까.
자살률을 줄이는 핵심 열쇠가 단어를 바꾸는 것일 수는 없다. 진짜 바뀌어야 할 것들이야 널려 있다. 그래도 알아줬으면 한다. 어디선가 어떤 사람들이, 자살이라는 단어를 누군가의 눈앞에서 치워서라도, 그 누군가가 살길 바라고 있다는 것을. 끝으로 자살 예방 보도 준칙이 개정되면서 상담 전화번호가 최근에 ☎109으로 통일됐으니 눈여겨봐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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