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재산 분할이 걸린 최태원 SK그룹 회장·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사이 이혼 소송에 대한 판단의 ‘공’이 대법원으로 넘겨졌다. 최 회장과 SK그룹 입장에서는 대법원이 상고심 심리에 나서면서 한숨 돌리게 됐다. 반면 노 소장 측에서는 이혼 소송에 대해 대법원이 판단을 받아야 하면서 재차 최 회장 측과 법리 다툼을 벌여야 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SK 주식에 대한 특유재판 판단과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인정 여부 등을 대법원이 어떻게 판단할 지에 따라 양측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 이혼 소송 상고심 심리불속행 기각 시한은 8일 자정까지 기각 여부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시한 내 기각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서 자연히 심리 절차에 돌입한다.
심리 불속행 기각이란 소송 당사자가 낸 상고가 법으로 정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으면 더 이상 심리하지 않는 판결이다. 상고심절차특례법 6조에 따라 심리 불속행 기각은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때부터 4개월 이내에만 할 수 있다. 하지만 기각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서 대법원은 앞으로 두 사람의 이혼 소송과 관련한 법률적 쟁점에 대해 본격 검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가사2부는 앞서 5월 30일 SK 주식을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SK성장에 노 관장의 부친인 노 전 대통령의 ‘뒷배’가 작용해 사실상 노 관장의 기여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원은 양측 합계 재산을 약 4조 원으로 보고 이 가운데 35%인 1조 3808억 원을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분할해주라고 판결했다.
현재 노 관장 측은 법원장을 거쳐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 전 의원 등에 소송을 맡겼다. 최 회장 측은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 등을 지낸 홍승면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방어진을 구성했다. 또 지법 부장판사 출신인 법무법인 율촌의 이재근 변호사 등도 변호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법원이 법리심이라는 점에서 향후 최고의 창과 방패가 충돌하는 치열한 법리 전쟁을 예상하고 있다. 쟁점으로 꼽히는 부분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옛 대한텔레콤) 주식을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는 ‘특유재산’으로 볼지 여부다. 또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사실로 인정할지, 또 이에 따라 최 회장의 재산 형성과 증식에 영향을 줬는지에 대한 판단도 변곡점으로 제기된다. 앞서 법원은 대한텔레콤 주식을 부부의 공동재산으로 보고, 노 전 대통령의 이른바 ‘300억원 약속 어음 비자금’이 최 회장의 재산 형성·증식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판단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대한텔레콤 주식이 선친에게 상속·증여 받은 특유재산이고 약속어음이 실체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 약속어음 자체가 돈을 받았다는 증빙이 될 수도 없는 등 노 관장 측의 기여가 인정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노 관장이 SK그룹의 가치 증가나 경영 활동의 기여가 있다고 보고 최 회장 재산 모두 분할 대상’이라는 2심 판단에 ‘치명적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2심 법원이 SK C&C의 전신인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치를 판결문에 잘못 기재했다가 사후 경정(정정)한 부분이 판결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도 쟁점으로 꼽힌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종현 선대 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대한텔레콤 주식 가치 산정에 오류가 있다며 주당 100원에서 1000원으로 판결을 수정한 바 있다. 다만 재산 분할 비율을 65대35로 정한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며 판결 주문은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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