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갖은 막말 논란과 ‘합의금 현금 1억원 요구’ 등으로 인한 의사들의 명예 실추와 전공의들과의 불화 등 문제 속에 취임 반년 만에 탄핵됐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의협이 임 회장과 대립해 온 전공의·의대생과 관계를 개선하며 현재 9개월 넘게 이어지는 의정갈등을 수습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공의들이 새 의협 비대위에서 목소리를 좀더 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의협이 정부와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과 의사 사회 내부 결속이 강해져 강경 기조가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의협 대의원회는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대의원 224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 회장 불신임안을 표결해 찬성 170명, 반대 50명, 기권 4명으로 가결했다. 찬성률 76%로 의협 정관상 불신임안 가결 기준인 참석 대의원 중 3분의 2(약 66%) 찬성을 훌쩍 넘겼다. 의협 회장의 임기 중 탄핵은 2014년 노환규 전 회장 이후 역대 두 번째로 임 회장은 임기 3년 중 6개월만 채운 채 물러나며 최단명이라는 불명예 기록도 세웠다.
의협은 60일 이내 새 회장을 뽑기 위한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의협은 새 회장 선출 시점까지 임기를 수행할 비대위원장을 13일까지 선출할 계획이다.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이날 임시대의원총회 후 브리핑에서 “정관상 필요한 부분을 수정해 다음주 내 비대위원장을 뽑고, 어려운 시기인 만큼 올해 말까지 차기 회장 선거가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불신임안 가결 직후 말없이 총회장을 떠났다. 그는 재임 기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갖은 막말로 논란을 빚었다. 지난달 의대생 7500명을 동시에 교육할 수 있다고 주장한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말했다가 정신질환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한 바 있다.
자신을 허위 비방한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조건으로 현금 1억 원을 합의금으로 요구한 점이 알려지면서 도덕성에도 타격을 입었다. 6월에는 시도의사회 회원들과 상의 없이 무기한 집단휴진을 선언했다가 일방적 소통으로 비판을 받았다. 의정갈등 핵심인 전공의·의대생과 갈등이 심해 사태를 더 꼬이게 한다는 지적도 받았다. 특히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과 온라인상에서 공개적으로 마찰을 빚은 점이 대의원들의 민심을 떠나게 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2월 전공의 집단 사직 후 9개월 넘게 이어지는 의정갈등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특히 여야의정협의체가 11일 정부여당과 일부 의사단체만 참여한 가운데 ‘개문발차’를 앞두고 있어 의협이 합류할지가 관심사다. 일각에서는 전공의들이 협의체를 거부하는 현 기조를 바로 바꾸지는 않아도 의협과 협력해 좀 더 전향적 접근법을 택한다면 의정갈등에 돌파구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박단 비대위원장은 임시대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더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임 회장 취임 전 의협 비대위가 정부와 단일한 대화채널 구축을 모색했을 때도 대전협이 불참하면서 무산됐음을 고려하면 이 역시 미지수다. 내년 의대정원 재조정 문제를 두고 의정 간 입장 차가 크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더 나아가 새 의협 집행부와 전공의들이 협력하면서 더 강경하게 공동전선을 꾸릴 가능성도 있다. 한 개원의는 “정부 입장이 전향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비대위원장이든 차기 회장이든 협의체에 참여하자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교웅 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비대위에는 전공의들도 많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의정협의체가 중요해졌다. 비대위를 꾸리면 대전협 등과 긴밀하게 협의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비대위원장은 대전협과 잘 협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협의체 참여가 아니라 협의체 결정을 용산(대통령실)에서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찬밥 신세인데 협의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온다고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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