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복계의 샤넬’로 불리는 애슬레저 브랜드 룰루레몬이 중국에서 전성기를 맞고 있다. 2018년 중국 첫 상륙 때만 하더라도 현지 매장이 10여 개에 불과했지만 현재 130여 곳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중국 매출은 처음으로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를 달성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현지 시간) 경기 둔화에 대한 깊은 불안감으로 명품 등에 대한 과시적 소비를 줄인 중국인 쇼핑객들이 애슬레저 부문을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생활화되면서 편안한 복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점도 애슬레저 브랜드에 대한 인기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소매 컨설팅 업체 브리터뷰티의 제시카 글리슨 최고경영자(CEO)는 “건강과 웰빙은 중국의 새로운 럭셔리 카테고리가 됐다”며 “한때 오피스 패션의 허브였던 금융 중심지(상하이)도 스니커즈와 애슬레저의 도시가 됐다”고 말했다.
룰루레몬의 중국 시장 호조는 같은 기간 부진한 북미 시장과 대조를 이룬다. 룰루레몬은 앞선 8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수요가 둔화한 북미 연간 매출 전망치를 한 차례 하향했다. 주가는 올해 들어 30% 이상 하락한 상태다. 반면 중국에서는 세 번째로 큰 해외 애슬레저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미국 시장에서 보다 20% 높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올해 상반기 중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성장률을 기록했다. HSBC는 2026년까지 룰루레몬의 중국 매출이 전 세계 총 매출(130억 달러)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며 “애플, 나이키, 스타벅스보다 중국 시장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짚었다.
룰루레몬이 중국의 최근 소비 패턴 변화를 활용해 제품 현지화를 꾀한 점 역시 실적 호조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룰루레몬 중국 부문 관리를 담당하는 산얀응 이사에 따르면 중국 매출의 최대 35%가 중국 현지화 제품에서 비롯됐다. 팬데믹 이후 급증한 하이킹 등 야외 활동에 맞춘 ‘하이크 컬렉션’과 중국 춘절 및 칠석절(중국판 발렌타인데이) 등 축제용 맞춤 제품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룰루레몬이 요가복에서 가벼운 운동복, 골프와 테니스 장비까지 상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는 점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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