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책을 논의하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9)가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11일 개막하는 가운데 올해 회의에서 환경 못지않은 핵심 이슈는 ‘트럼프 컴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세계 2위 배출국인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면서 향후 협력에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기간 파리기후협정 재탈퇴, 화석연료 산업 지지 등 COP29의 방향과는 상반된 정책을 공약으로 강조한 바 있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 NHK 등에 따르면 이번 COP29에서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온난화 대책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선진국들이 약속한 연간 1000억 달러 지원이 당초 2020년에서 2022년으로 2년이나 지연된 데다 내년 이후의 새로운 지원 방식도 결정되지 않아 개발도상국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개발도상국은 청정에너지로의 전환과 이미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기상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긴급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COP29에서는 수조 달러 규모의 새로운 자금 목표에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당선으로 이 같은 논의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캠페인 중 대통령에 당선되면 첫 임기 때처럼 파리협정에서 다시 탈퇴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미국은 2016년 파리협정을 비준했다가 트럼프 집권 1기던 2017년 탈퇴했다가 2021년 조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복귀한 바 있다.
요한 록스트롬 포츠담 연구소장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향후 4년간 기후 행동에 일시 정지 버튼이 눌릴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그만큼의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기후변화는 현재 세계 각지에서 기상재해와 식량 부족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는 분쟁의 요인이 되는 등 평화와 안전보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기후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주요국 정상이나 비즈니스 관계자들의 불참도 잇따르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참석을 예고했지만,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는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블랙록, 스탠다드차타드, 도이치뱅크의 수장들도 불참할 예정이다. 2020년 유엔 특사로 임명돼 활동이 두드러졌던 마크 카니 전 영란은행(BOE) 총재도 참석하지 않는다. G20 국가의 한 기후 협상가는 “트럼프는 기후변화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고, 그는 세계화나 다자주의의 팬이 아닌, 미국 우선주의자”라며 “일(국제 기후협력)을 어렵게 만든다”고 밝혔다.
올해 COP29의 주요 의제 중 하나는 개발도상국의 녹색 에너지 시스템 구축과 온난화 적응을 돕기 위한 새 기후금융 목표 합의다. 이를 위해서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이자 국제 금융기관의 주요 주주인 미국의 참여가 필수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이러한 목표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COP는 1992년 채택된 국제조약 ‘기후변화협약’의 당사국회의로, 현재 198개 국가 및 지역이 참가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로 매년 정부와 연구자, 비정부기구(NGO) 등이 기후변화에 관한 최신 정보와 논의를 교환하고 대책을 강구해 왔다. 이번 COP29는 오는 22일까지 개최되며 12일과 13일에 정상급 회의가, 18일부터는 각료급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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