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주의 외교’를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재입성으로 유럽 국가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 시간) 트럼프 당선인의 재등장으로 경제 침체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유럽에 강력한 지도자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을 대표하는 프랑스와 독일 지도자들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고 있고 경기 불황과 이민자 문제로 대중의 정치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신임투표라는 승부수를 띄우는 등 반전을 노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이달 6일 ‘신호등’ 연정이 붕괴되며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숄츠 총리는 야당의 압박 끝에 연내 신임투표 시행에 동의했다. 숄츠 총리는 10일(현지 시간) 독일 ARD와의 인터뷰에서 “크리스마스 이전에 신임투표를 해도 내게 큰 문제는 없다”며 크리스마스 전 총리 신임투표 일정을 받아들였다. 앞서 제시했던 내년 1월 중순 투표 일정을 3주 이상 앞당긴 것이다. 연정 붕괴로 숄츠 총리 측은 의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 신임투표안은 부결이 확실시된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2월 독일의 신임 총리를 뽑는 조기 총선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마크롱 대통령도 유럽의회 선거 참패에 올 7월 조기 총선 승부수를 띄웠으나 실패했다. 그는 9월 들어 ‘동거 정부’를 꾸렸으나 총리 인선 결과를 놓고 좌파 연합과 부딪치고 있다. 마크롱 정부는 늘어난 정부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안을 올해 말까지 통과시켜야 하는데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영국과 이탈리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영국은 EU 미가입국일 뿐 아니라 키어 스타머 총리도 최근 측근들의 선물 수수 등 논란이 일며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극우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EU 차원에서 공통의 해결책을 내는 방안을 선호하지 않는다. 유럽 내 리더십의 부재로 트럼프 2기에 불어닥칠 무역 전쟁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약화할 뿐 아니라 외려 러시아와 중국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NYT는 “프랑스와 독일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더욱 대담하게 만들 것”이라며 “전기차 및 기타 청정에너지 기술을 포함한 중국산 저가 수입품의 범람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유럽 전체의 공통적인 정책을 수립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짚었다.
프랑스 싱크탱크인 미국·독일마샬펀드의 알렉산드라 드 후프 셰퍼 회장은 “독일 연합의 붕괴와 프랑스 내부 정치 분열로 인해 더욱 심화하고 있는 프랑스·독일 리더십의 위기가 매우 분명하다”며 “이는 유럽과 국제 무대에서 핸디캡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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