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등 관객이 흥미로워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를 섞고 뮤지컬 장르의 문법에 맞게 유일한 박사의 알려지지 않았던 독립 운동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11일 김희재 작가는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가진 뮤지컬 ‘스윙데이즈_암호명A’ 개막 인터뷰에서 “실존 인물이자 가장 존경 받는 기업인 중 한 명인 유한양행의 창업자 유일한 박사의 독립 운동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는 데 너무 교훈적인 이야기로 보이지 않도록 노력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존경받는 기업인이었는데 알고 보니 독립운동 자금 지원뿐 아니라 실제로 독립 운동에 투신하는 프로젝트에 참여 했다는 스토리가 ‘유일한 위인전’에 또 하나 추가되는 미담으로 보여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작가는 “관객을 가르치는 듯한 느낌을 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미국에서 사업을 접고 고국으로 돌아와 나이 50세에 총 쏘는 것을 배워 독립운동에 뛰어든다는 선택을 한 유일한이라는 인물의 내적인 갈등을 다뤘다”고 설명했다.
19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스윙데이즈’는 유일한 박사가 참여했던 ‘냅코 프로젝트’를 모티브로 삼았다. 이 프로젝트는 일본이 항복을 선언하며 무산됐지만 유일한 박사가 세상을 떠난 지 20년 뒤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 작가의 말대로 ‘스윙데이즈’는 유일한 박사의 일대기 중 하나의 에피소드라기보다는 독립 운동에 투신하는 한 인물의 내적 갈등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내적 갈등과 사랑은 ‘지킬앤하이드’ ‘데스노트’ ‘웃는 남자’ 등에서 편곡으로 참여해 국내 뮤지컬 팬들에게도 친숙한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의 뛰어난 작품 해석력으로 완성됐다. 제이슨 하울랜드는 “이 작품은 저항이나 인내, 모험, 스파이라는 소재가 있다”며 “자신이 믿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을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는가, 자신이 믿는 것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은 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연 음악의 역할은 작품이 보여주고자 하는 스토리텔링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것이어야 한다”며 “제임스 본드 톤의 음악으로 스릴러, 스파이 등 스토리를 표현했다”고 말했다.
‘스윙데이즈’는 일제 시대와 독립 운동이라는 배경과 소재를 다룬 만큼 자칫 잘못하면 톤 조절에 실패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비장한 역사물과 밝은 톤의 액션물 사이에서 중심을 잡기 힘들 수 있다는 의미다. 김 작가는 “누군가를 찬양하거나 마음을 들끓게 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뮤지컬적인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유준상, 민우혁, 신성록 등 스타배우들이 콘텐츠의 힘을 믿고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거나 헌신하는 것에 대해 ‘그렇게 하지 마, 영리하게 살아’라고 말하는 게 편한 시대이지만, 평생 살면서 대상이 사람이든 공동체든 온몸을 던져 사랑하는 게 어리석은 게 아니고 그게 바로 ‘사랑’이라는 사실을 전해주는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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