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임신중절약(미프지미소) 국내 도입에 필요한 법 개정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보건복지부와 법무부는 22대 국회 회기 내에 모자보건법과 형법을 동시개정한다는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미프지미소 허가 심사가 중지된 가운데 다시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1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연내 마무리를 목표로 ‘해외사례 비교를 통한 인공임신중절 정책 연구’를 진행 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임신중절약물을 포함해 주요국의 임신중절 관련 법과 관리체계, 상담 등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연구”라며 “모자보건법 제·개정 참고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프진 혹은 미프지미소로 알려진 영국 제약사 라인파마의 임신중절약물 미페프리스톤은 전 세계 95개국에서 합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다만 국가별로 처방 조건과 복용 방식이 다르다. 독일의 경우 9주 이내 처방이 가능하며 처방을 원할 경우 의사와 상담을 필수 요건으로 정하고 있다. 일본은 임신 9주 이내 처방 및 처방 후 입원 또는 병원 내 대기하는 조건이다. 영국은 임신 9주 이내는 원격진료로 처방을 받을 수 있으며 가정 복용도 허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약품이 2021년 식약처에 미프지미소 품목허가를 요청했지만 현재 심사가 취하된 상태다. 식약처는 국정감사에서 “관련법이 개정되고 신청인이 이에 맞춰 자료를 제출하면 심사를 속개해 허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약품 관계자는 “잠정적으로 심사중지된 상태로 향후 승인을 위한 품목 허가를 재신청이 필요하다”고 전했다.법무부도 22대 국회 내 형법·모자보건법 동시 개정을 목표로 형법 일부 개정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21대 국회 때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형법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며 무산됐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인공임신중절을 전면·일률적으로 금지한 것에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한편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식약처에서 받은 ‘의약품 온라인 불법판매 현황’에 따르면 임신중절약물의 불법거래 적발은 지난해 491건에서 올해 7월 기준 705건으로 급증했다. 금전적 문제로 수술을 받기 어렵거나 보호자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미성년자들의 수요가 높다는 점에서 공식적인 경로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 의원은 “임신 중지 의약품은 유통이 불법이라 오남용 파악도 불가하다”며 “불법 유통에 대한 단속은 비공식 유통시장만 키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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