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장타는 영원한 로망이다. 비거리는 때론 자존심과도 직결된다. 프로 골프에서도 장타의 중요성은 강조된다. 국내 남자골프를 대표하는 장유빈은 압도적인 장타력을 앞세워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최초 ‘10억 사나이’에 올랐다.
볼을 더 멀리 날리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스윙 스피드가 빨라야 한다. 조사에 따르면 일반 여성 아마추어 골퍼의 평균 스윙 스피드는 시속 78마일, 남성 아마추어는 시속 93마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는 시속 94마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는 시속 114마일, 롱 드라이브 선수들은 시속 135마일 정도다.
스윙 스피드가 시속 1마일이 증가하면 비거리는 2야드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투어 선수들은 스윙 스피드 증가를 위해 비시즌마다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소화한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프로처럼 전지훈련을 떠날 수는 없는 노릇. 스윙 스피드를 쉽게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얌체 같은 생각을 하다 샤프트를 가벼운 제품으로 교체하면 어떨까라는 궁금증에 이르렀다.
무게 다른 6종류의 샤프트 3회씩 테스트
이번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핑골프의 스튜디오를 찾았다. 샤프트를 교체하면 볼의 방향, 탄도, 론치 앵글, 백스핀 등도 변하지만 다른 데이터는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게 무게와 스피드의 관계에 대해서만 따져보기로 했다.
실험은 참가자가 동일한 헤드(핑 G430 맥스 9도)에 샤프트만 교체해서 각 3회씩 때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테스트 샤프트는 총 6종류로 가장 가벼운 여성용은 37g, 가장 무거운 제품은 74g이었다. 가벼운 샤프트로 시작해 순차적으로 무게를 늘려나갔다.
실험 참가자는 평소 60g대 S(스티프) 플렉스 샤프트를 사용하며 스윙 스피드는 시속 92마일 전후라고 했다. 먼저 37g인 핑의 여성 전용 ULT 250 J 샤프트를 장착하고 때렸다. 3차례의 샷에서 평균 스윙 스피드는 시속 88.1마일을 기록했다. 그 다음은 38g으로 여성용과 무게 차이가 1g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후지쿠라 스피더 NX HL 35 샤프트로 바꿔 때렸다. 스윙 스피드는 평균 시속 89.3마일로 여성용과 큰 차이가 없었다. 45g의 후지쿠라 스피더 NX HL 45 샤프트는 시속 89.3마일, 56g의 투어 AD VF 50 S 샤프트는 시속 89.2마일을 기록하는 등 큰 변화가 없었다.
이론과 실제의 차이…“심리적 영향 개입”
65g의 투어 AD VF 60 S 샤프트를 장착한 뒤 휘두르자 의미 있는 차이가 보였다. 스윙 스피드가 평균 시속 91.7마일을 찍은 것이다. 여성용 샤프트에 비해서는 3.6마일, 남성용의 30~50g대 샤프트에 비해서는 최대 2.5마일 높게 나온 것이다. 하지만 74g의 투어 AD VF 70 S 샤프트로 갈아 끼우자 스윙 스피드는 시속 90.8마일로 줄었다. 참가자가 평소 사용하는 무게의 샤프트를 사용했을 때 가장 뛰어난 결과를 보인 것이다.
우리는 이번 실험을 통해 몇 가지를 확인했다. 먼저 이론적으로는 무게가 가벼울수록 스윙스피드가 올라가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다. 참가자가 평소 사용하는 60g대 무게에서 스윙 스피드가 가장 높았고, 오히려 무게가 가벼운 샤프트의 스윙 스피드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나왔다.
참가자는 “가벼운 샤프트는 무게감이 달라 휘두르는 게 조금 어색했고, 심리적으로도 약간 머뭇거리는 현상이 있었다”고 했다. 여성용 샤프트의 스윙 스피드가 가장 낮게 나온 결과에 대해 조승진 핑 테크팀 차장은 “여성용은 44.75인치로 남성용에 비해 0.5인치 가량 짧다. 무게에 더해 다소 짧은 길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둘째, 샤프트가 무거워져도 스윙 스피드는 감소했다. 65g에서 74g 샤프트로 무게가 9g이 증가하자 스윙 스피드는 시속 0.9마일 줄었다. 셋째, 스윙 스피드 변동 폭보다 볼 스피드 변화가 더 컸다. 예를 들어 65g 샤프트와 37g의 여성용 샤프트의 스윙 스피드 차이는 시속 3.6마일이었는데, 볼 스피드는 시속 5.7마일 차이가 났다. 무게 변화에 따라 에너지 전달력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여진다.
스윙이나 근력 변화 생기면 피팅 받아야
물론 이번 실험은 지극히 단순하고 표본의 수도 하나에 불과하기에 이론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다. 샤프트와 스윙 스피드의 인과 관계를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무게 외에도 스윙 웨이트, 길이, 플렉스, 킥 포인트 등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스매시 팩터, 론치 앵글, 어택 앵글, 페이스 앵글, 백스핀, 좌우 편차, 탄도 등을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충분한 테스트 샘플도 확보해야 한다.
한 가지는 확실하게 확인했다. 자신이 가진 힘에 맞는 샤프트를 사용할 때 최대의 스윙 스피드가 나온다는 사실이다. 조 차장은 “매년 피팅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스윙이나 근력 등에 변화가 있을 때는 한 번쯤 체크를 해 봐야 한다”고 했다.
[서울경제 골프먼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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