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2002년 1월 이라크·이란·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1년 전 벌어진 9·11 테러에 대응해 불량 국가들에 대해 군사력 행사와 정권 교체 시도까지 선언한 셈이었다. 미국이 이듬해 이라크를 침공해 독재자 사담 후세인을 제거한 것도 이런 흐름과 연관돼 있다. 부시 행정부 내에서 강경하고 적극적인 대외 정책을 주도한 이들은 ‘네오콘(Neocon)’이라고 불렸다.
네오콘은 신보수주의자(Neoconservatives)를 줄인 말이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등 미국이 중시해온 가치와 도덕관을 내세워 군사력 등을 사용해서라도 미국에 반대하는 국가들을 개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적으로 복지국가를 지향했던 수정자본주의의 실패를 지적하며 시장에 대한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자는 신자유주의와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사회문화적으로는 미국의 전통적 가치와 도덕의 부활, 기독교 원리주의 확산 등을 위한 국가의 깊은 관여를 강조했다. 68운동과 히피 문화 등으로 미국 내 좌파가 급진화한 것과 대비됐다. 로널드 레이건과 부시의 집권기를 거치며 네오콘은 공화당의 당권을 장악해 주류를 형성했다.
세계를 뒤흔들었던 네오콘도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힘을 잃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2기 행정부 구성과 관련해 1기에 입각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와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에 대해 “나라를 위해 봉사해준 것에 감사드린다”면서도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가에서는 이들처럼 ‘해외 문제 개입’에 찬성한 이들에게 ‘네오콘’이라는 낙인을 찍고 새 행정부에서 배제하자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물론 이들이 대선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를 공격하거나 독자 출마를 저울질해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2기의 고율 관세, 방위비 분담금 증액 위협 등으로 우리 경제·안보가 흔들리지 않게 하려면 미국의 변화 흐름을 빠르게 파악해 정교하게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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