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님들 파이팅! 수능 파이팅!”
“동생 수험표 좀 전달해 주세요!”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4일 아침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제15시험지구 제7시험장) 교문 앞에서는 수험생 선배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후배들의 힘찬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이날 학생회 응원단에 참가한 배문고 1학년 이지한(16)군은 “오전 6시부터 다 함께 모여서 응원했는데 먼저 다가와서 인사를 해주신 재수생 선배도 계셨다"면서 "벅찬 기분인데 남은 2년 뒤가 두렵기도 하다"고 말하고 “내년에도 응원하러 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학부모·후배들의 격려를 뒤로 한 채 한 손에 도시락 가방과 파일 등을 들고 고사장으로 향하는 학생들의 표정에는 긴장감과 설렘이 뒤섞여 있었다.
교문 앞에서 아들의 기념사진을 찍고 꼭 안아주며 기도를 한 뒤 헤어진 정창희(43) 씨는 “아들이 시험을 앞두고 대상포진에 걸렸는데도 티를 내지 않고 묵묵히 공부해 줘서 너무 고맙고 대견하다”면서 “첫 아이의 첫 수능이라 너무 떨린다. 올해 N수생도 많다고 해서 걱정도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 정 모(52) 씨는 “부부가 모두 연차를 내고 배웅을 왔다. 아이가 ‘엄마가 끓인 된장국을 먹고 싶다’고 해서 도시락에는 된장국, 시금치, 계란말이, 스팸 등을 싸줬다”고 말하고 “수능은 그저 인생의 한 부분이니까 잘 되든 안 되든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말하고 싶다”는 응원을 전했다.
오전 7시 20분께 서울 서초구 반포고등학교(제18시험지구 제21시험장) 앞에서도 이른 시간임에도 수험생을 배웅하러 온 가족과 후배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곳에는 정근식 서울특별시 교육감이 방문해 직접 수험생들을 격려해 눈길을 끌었다. 정 교육감은 “다행히 날씨가 춥지 않아서 수험생들이 실력을 잘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학생들의 손을 잡아보니 손이 차거나 땀이 흥건한 친구도 있어서 긴장감이 전해지더라. 다들 평소 실력보다 더 대박 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환자복을 입고 시험을 치러 온 학생이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오전 7시 40분께 다리깁스를 한 채 전기자전거를 타고 반포고에 도착한 대진디자인고 재학생 이유찬(19) 군은 8시 20분께 바로 수험장을 나오며 “이미 수시 예비 1번을 받았고 입원도 한 상태라 시험을 안 볼 생각이었지만, 인생에 한 번밖에 없는 기회이고 수험표 할인이 받고 싶어서 왔다”면서 “포기각서를 쓰고 나왔는데 수험표로 항공권도 할인받아서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입실 완료를 10분 앞둔 오전 8시께부터 교문 앞은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수험생들로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특히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13지구 15시험장)에서는 오전 8시 13분께 도로를 역주행하며 쏜살같이 달려온 경찰차에서 트레이닝복에 슬리퍼 차림을 한 언니 성 모(27)씨가 뛰어내려 학교 관계자에게 여동생의 수험표를 급히 전달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성씨는 “동생이 수험표를 집에 두고 왔다고 급히 전화했길래 안심시킨 뒤 집 앞에 있던 경찰차를 붙잡고 왔다”면서 동생에게 “왜 저래 진짜!”라는 한 마디를 남겼다.
‘신분증 오배송’ 사고도 있었다. 오전 8시 16분께에는 아버지가 아들의 신분증을 ‘여의도고’ 대신 ‘여의도여고’로 잘 못 가져다 주는 바람에 지구대원이 여의도여고에서 여의도고로 ‘총알배송’했다. 이밖에 반포고 앞에서는 퀵 오토바이를 타고 온 대진디자인고 김태연(19) 군이 “시험에 늦을 것 같아서 급히 오토바이를 얻어 타고 왔다”는 말을 남기고 교문으로 뛰어 들어가기도 했다.
시험장 입실이 모두 끝난 오전 8시 20분께 학교 앞은 한산해졌지만, 여전히 자리를 지키는 학부모도 몇몇 눈에 띄었다. 용산고 앞에서 발을 돌리지 못하고 있던 김 모(40대) 씨는 “둘째 아이지만 여전히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은 그대로”라면서 “침착하게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길 바란다. 시험이 끝날 때까지 근처에서 기다렸다가 마중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2025학년도 수능은 이날 오전 8시 40분부터 전국 85개 시험지구 총 1282개 시험장에서 치러진다. 지원자 수는 총 52만 2670명으로 이 중 재학생이 34만 777명(65.2%), 졸업생이 16만 1784명(31.0%), 검정고시 등 출신이 2만 109명(3.8%)으로 각각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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