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20대 대선 경선 당시 당 소속 의원 배우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이 과정에서 비용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혐의를 받는 김혜경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배우자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제13형사부(박정호 부장판사)는 1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 9월 결심공판에서 벌금 300만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김 씨는 범행을 부인하면서 책임을 공범인 배 모 씨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후보자의 배우자로서 선거에 도움이 되는 자들에게 기부행위를 해 선거의 공정성 및 투명성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실제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결제를 진행한 전 경기도청 별정직 공무원 배 씨와 김 씨가 공범 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공판 과정에서 김 씨는 결제 지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재판부는 배 씨가 자신의 독자적인 이익을 위해서 한 행위가 아니라고 봤다. 최소한 김 씨의 묵인 또는 용인하에 일어난 기부 행위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문제가 된 식사모임은 신 모 씨가 전 국회의장 배우자들을 소개해주는 자리였고, 해당 기부행위로 원만한 식사가 이뤄졌다”며 “배 씨의 행위는 피고인에게 이득이 되는 행위였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2021년 8월2일 민주당 제20대 대선 경선 일정 중 식사모임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같은 당 소속 국회의원 배우자와 당 관계자, 수행원 등 6명의 식사비 10만4000원을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결제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공범으로 분류된 배 씨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선고받았다.
이날 법정에는 김 씨의 선고를 지켜보려 온 지지자들로 방청석이 채워졌다. 재판부가 김 씨와 배 씨의 공범 관계를 인정하고 공소사실이 유죄라고 말하자 일부 지지자들은 한숨을 쉬기도 했다. 선고를 듣고 법정을 떠날 때도 “공모를 했는지 어떻게 아느냐”며 재판부의 판결에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김 씨 측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는 판결 직후 취재진들에게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김 변호사는 “배 씨의 법인카드 결제를 사전에 알았거나 공모했냐가 공소사실의 쟁점이었다”며 “재판부가 인정했듯이 이 사건에는 공모했다는 직접 증거가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동안 검찰이 간접 정황을 제시하며 물량공세를 펼쳤는데, 오늘 재판부가 배 씨의 여러 가지 행태를 언급하면서 충분히 알지 않았겠냐는 추론에 의한 유죄 판결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항소심에서 검찰이 제시한 정황 증거들을 하나씩 밝혀나가겠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s4our@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