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함지산 자락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면서 산림 당국이 산불 대응 3단계를 발령했다. 소방 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불길 차단에 주력하는 한편, 인근 주민들을 긴급 대피시켰다.
28일 대구시와 대구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2분께 북구 노곡동 함지산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산불이 발생했다. 화재 초기에는 산불 대응 1단계가 발령됐으나 바람을 탄 불길이 빠르게 확산되자 당국은 대응 수준을 오후 6시 기준 3단계로 격상하고 진화 헬기 28대, 진화장비 57대, 인력 738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야간 진화로 작업이 이어지자 일반헬기를 수리온 헬기 2대로 변경 투입했다. 수리온은 야간 비행이 가능한 유일한 기종이다. 이날 낮 투입된 일반진화 헬기 29대 등은 해가 지고 야간 대응 체제로 전환하면서 모두 철수했다.
산불 대응 3단계는 산림 당국이 발령하는 최고 수준의 대응 단계로, 초속 7m 이상의 강풍이 불고 예상 피해면적이 100㏊ 이상이며 진화에 24시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소방청은 산불이 민가 방향으로 확산되자 오후 4시 5분께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국가소방동원령은 특정 시·도의 소방력만으로는 화재 등 재난에 대응하기 어렵거나, 국가 차원에서 현장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소방청장이 발령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장에는 최대순간풍속 초속 10.9m에 달하는 강풍이 불어 진화에 불리한 조건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노곡동에서 시작된 불은 1~2㎞ 떨어진 조야동으로 확산됐고 이후 불길은 서변동 방면으로도 번졌다.
오후 8시 30분 기준 산불 영향구역은 151㏊, 화선 길이는 8.6㎞로 파악됐다. 진화율은 19%에 머물렀다. 다만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불 확산에 따라 관계 당국은 인근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노곡동을 비롯해 조야동, 서변동 등 주민 약 5600명에게 인근 초등학교 등으로 대피 안내했다. 당국은 민가로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방어선을 구축하고 거동이 불편한 주민을 위한 버스 등 교통수단을 확보해 긴급 대피를 지원했다. 경찰도 현장에 인력을 배치해 교통 통제 및 안전관리를 실시했다.
아울러 산불 확산으로 인해 오후 4시 10분부터 노곡교·조야교·무태교 등 5곳의 교통이 통제됐다. 한국도로공사도 연기 확산으로 인한 시야 확보 문제에 대응해 경부고속도로 북대구나들목(IC)의 양방향 진출입을 오후 4시부터 차단했다. 대구시교육청은 학생 안전을 위해 산불 인근 지역에 위치한 성북초, 서변초, 서변중 등 3개 학교에 29일 휴교령을 내렸다. 시교육청은 산불 추이에 따라 추가 휴교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가용한 진화 자원을 총동원해 인명 및 민가 피해 방지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산림 당국은 29일 오전 6시부터 일출과 동시에 다시 헬기 38대를 투입해 불을 끄겠다는 방침이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주민과 야간 진화대, 헬기 조종사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산불을 조기에 진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대구시는 이번 산불이 입산통제 구역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진화 작업이 완료된 후 정확한 발화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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