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에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있는 상법 개정안을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14일 당론으로 채택했다. 민주당은 소액주주 보호를 내세웠지만 재계는 잦은 소송과 기업 인수합병(M&A) 차질 등 경영에 부담이 크고 투기자본의 ‘먹튀’만 조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련기사 5면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모든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상법 개정안은 당내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 주도로 마련돼 이정문 의원이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이사는 회사를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현행 충실 의무 조항은 그대로 두고 별도 조항을 신설해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한 것이다.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 대기업 상장사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집중투표제는 각 주주에게 뽑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로, 도입되면 소수주주에 우호적인 이사가 뽑힐 가능성이 커진다. 재계에서는 이 제도가 외국계 행동주의펀드 등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밖에도 대규모 상장사의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고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바꿔 전체 이사의 3분의 1로 비율을 높이는 내용이 담겼다. 상장사의 전자주주총회 운영 근거 조항도 신설됐다.
여권에서는 이 같은 상법 개정이 ‘논리적 모순’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기업 주주는 외국인투자가·기관투자가·사모펀드·소액주주 등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다양한 주주들이 있는데 이들의 이익을 위한 충실의무를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추후 보완·수정의 가능성을 열어 놓고 채택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8단체는 이날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이 “투기자본 먹튀 조장법”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경제 단체는 “섣부른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것” 이라며 “국회는 상법 개정을 논의하기보다 어려운 경제 환경을 극복하는 데 힘을 모아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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