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을 잡는 유도탄으로 불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글로벌 위탁생산개발(CDMO) 업체들이 증산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ADC 치료제는 제조 과정이 까다로워 현재까지 출시된 의약품이 10여 개에 불과하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치료 효과와 낮은 부작용으로 주목 받고 있다.
1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스위스 CDMO 업체인 론자는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스위스 비스프 공장에 두 개의 다목적 제조시설(1200L 규모)을 증축한다. 신규 제조시설은 초기 단계 임상개발용 약물 제조부터 상업적 공급을 위한 대규모 제조, 완제품 충진 서비스 등이 포함하며 고형암을 위한 ADC 제조 서비스도 출시할 계획이다.
론자는 이번 증축을 발표하며 “ADC와 기타 바이오접합 약물 상용화가 점차 진전됨에 따라 바이오 접합체 분야의 강력한 성장을 보고 있다"며 “증가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DC는 항체에 세포독성 약물(Payload)을 링커(Linker)로 접합한 형태의 치료제다. 지난해 25억 7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다이이찌산쿄의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가 대표적이다. 구조가 복잡해 개발 및 제조 과정이 까다롭지만 유도 미사일처럼 정상 세포에는 영향을 덜 미치면서도 암세포에 약물을 정확하게 타격해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각광 받고 있다.
CDMO 기업들이 ADC 생산 능력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향후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올해 초 기준 전세계 ADC 의약품은 13개에 불과하지만 임상은 150개 이상이 이뤄지고 있다. 이중 약 40개는 임상 2상, 12개는 임상 3상을 진행 중으로 향후 몇 년간 시장이 안정적으로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글로벌 ADC시장 규모가 지난해 96억 달러에서 2028년 285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ADC 생산능력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빠른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다. 올해 안에 ADC 생산 시설 공사를 마무리하고 우수 의약품 제조 품질관리 기준(GMP) 승인을 받아 연내 준공할 예정이다. 인천 송도 바이오캠퍼스에 별동에 지어지는 공장에는 500L 규모의 ADC 전용 제조시설이 들어선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미국 시러큐스 공장에 ADC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있다. 증설 작업은 올해 말 완료될 예정으로 내년 1분기 GMP 승인이 목표다. 신규ADC 생산 설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마찬가지로 임상과 상업용 ADC 의약품 모두 생산이 가능하다.
종근당 자회사인 경보제약도 올해 855억 원을 투자해 ADC 공장 신설한다고 밝혔다. 자기자본 1443억 원 대비 59.1%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투자는 2026년 12월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경보제약은 내년 말까지 공장 설립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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