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서울 강남권 주요 아파트 소유자의 보유세가 올해보다 20%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과도한 세 부담을 막기 위해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동결하기로 결정했지만 올해 들어 집값이 크게 상승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는 15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국부동산원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를 열고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3년 연속 동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주택부동산연구본부장은 “기존 현실화 계획에서 규정한 시세반영률을 적용하면 공시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게 된다”며 “공시가격 합리화 방안에 대한 국회 차원의 논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2020년 수준인 공동주택 69.0%, 단독주택 53.6%, 토지 65.5%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공청회 논의 결과를 토대로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년 공시가격에 적용할 조치를 조만간 발표한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건강보험료 등을 부과하는 기준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2020년 공시가격(공동주택 기준)을 2030년까지 시세의 90%까지 높이도록 규정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시행했다. 그러나 현실화율이 높아지면서 세 부담이 급격히 늘었고, 집값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인위적인 보정에 따라 공시가격이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에 현 정부는 올 9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를 위한 연내 법안 통과가 야당의 반대로 불투명해지자 임시방편으로 동결 카드를 재차 꺼낸 것으로 해석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동결되지만 내년 보유세는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둘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4.35% 올랐다. 고가 아파트가 많은 서초구(8.21%)와 강남구(6.66%), 송파구(7.31%)의 상승 폭은 서울 평균을 웃돈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이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현재 시세 등을 토대로 모의 계산을 해본 결과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면적 84㎡를 보유한 1주택자의 경우 내년에 총 1236만 원의 보유세를 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올해 납부 추정액(993만 원)보다 약 24% 오른 금액이다. 이 주택형의 시세는 지난해 말 33억 원에서 올 9월 39억 원으로 뛰었다.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 소유자(1주택자)의 내년 예상 보유세는 275만 원으로 올해(239만 원)보다 약 15% 높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우 전문위원은 “서울은 시세 상승분을 반영하면 대다수가 공시가격이 올해보다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지방은 시세가 하락한 지역이 많아 공시가격이 내려가거나 소폭 상승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연말까지 아파트 값 변동에 따라 보유세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 상반기에 상승세를 보이다 대출 규제가 강화된 하반기부터 약세를 나타내는 추세다.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내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3월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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