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윤 한미사이언스(008930) 사내이사·임종훈 대표 형제 측이 모친인 송영숙 한미약품(128940)그룹 회장·임주현 부회장·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3인 연합 측을 잇따라 고발했다. 오는 28일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15일 제약업계 등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이날 서울 강남경찰서에 3인 연합과 이들로부터 의결권 권유업무를 위임받아 대행하는 업체 대표 등을 위계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3인 연합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체와 공모해 회사 로고를 도용함은 물론 거짓된 정보로 주주들에게 잘못된 판단을 종용하는 사례들이 속속 확인돼 부득이 형사고발을 진행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3인 연합 측은 명함에 최대주주 또는 3인 연합 측 의결권 위임 권유 대리인이라고 명시돼 있고 대리업체 상호도 적혀 있어 한미사이언스로 오인할 이유가 없다며 법무법인에서 업무 방해 행위로 볼 수 없다고도 의견 준 적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임종윤 이사가 최대 주주인 코리그룹의 한성준 대표는 지난 13일 송 회장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강남경찰서에 고발했다. 한 대표는 한미약품이 이사회 결의나 승인 없이 송 회장과 박 대표의 결정과 지시로 송 회장이 설립자이자 실질적으로 운영을 관장하는 가현문화재단에 3년간 120억 원에 육박하는 기부금을 제공해 한미약품과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또 가현문화재단에 대한 이 같은 기부행위는 특정인의 사익 추구를 위해 주주총회의 의결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미약품은 임 이사 측 인사의 고발이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에서 재단의 의결권 행사를 막으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송 회장의 공헌과 헌신을 장남인 임종윤 사장이 몰랐을 리 없는데, 분쟁이 진행되는 와중에 어머니인 송 회장을 고발했다 하니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아들의 눈먼 욕심 앞에서 비정함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날 날 한미사이언스는 임종훈 대표가 전날인 14일 보유 주식 105만주를 거래시간 마감 후 장외거래로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임 대표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9.27%에서 7.85%로 줄었다. 다만 오는 28일 임시 주총에서 행사할 지분율(9.27%)에는 영향이 없다고 회사는 전했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지분 비중을 보면 개인 최대주주 신 회장이 14.97%를 보유하고 있다. 임 부회장, 송 회장은 각각 8.11%, 5.70%를 보유했고 임종윤 이사는 12.46%를 가졌다. 임성기 재단은 3.07%를 보유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임 대표의 이번 주식 매각에 대해 “지난 5월 한미그룹 오너 일가가 공동으로 국세청에 제출한 납부 기한 연장신청 당시 밝혔던 외부 투자유치 불발 시 상속세 납부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송 회장이 지난 2022년부터 임종훈 대표로부터 296억 원을 대여했으나 아직 이를 변제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점도 주식 매각에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송 회장은 입장문을 내고 “채무불이행은 사실과 다르다. 변제기한이 다가오지 않았고 방법과 시기에 대해 협의 중인 상황에서 이를 일방적으로 공개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수천억원에 달하는 재산(지분)을 물려받고도, 본인의 사정 때문에 어머니를 주주들 앞에 세워 망신을 주고 있어 참담하다”며 “두 아들이 자중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미약품그룹은 다음달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을 열고,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정원을 11명으로 확대하는 한편 임 부회장과 신 회장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논의한다. 안건이 통과되면 현재 5 대 4 구도로 임종윤·종훈 형제가 우위에 있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6대 5 구도로 3인 연합이 우위에 서게 된다.
12월 19일에는 한미약품이 임시 주총을 열고 한미사이언스가 앞서 제안한 대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기타 비상무이사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하는 안건과 박준석 한미사이언스 부사장과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를 신규 한미약품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3인 연합이 제안한 이사회 변경 안건이 받아들여진다면 한미약품 주총에서도 형제 측 안건이 부결되고 3자 연합이 경영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3자연합의 제안이 일부만 받아들여지거나 부결된다면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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