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간월재에는 바다가 출렁인다. 하늘과 맞닿은 억새바다다.
‘억새 하늘길’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울산시 울주군 신불산과 간월산 능선이 만나는 해발 900m에 위치해 있다. 간월재로 오르는 길은 여러 가지다. 그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길은 등억온천단지에서 오르는 길이다. 4~5시간 뚜벅뚜벅 걸어 올라가면 된다. 색 바랜 단풍은 덤으로 즐기면 된다. 정상은 이달 들어 날이 추워지면서 억새의 은빛 물결도 사그라들었지만, 또 다른 질감의 풍경이 펼쳐져 있다.
15일 이곳에서 만난 등산객 박은선씨는 “올라오면서 무척 힘들었었는데 올라와 보니 역시 장관이다”며 “며칠 더 일찍 왔으면 어땠을까 하지만, 지금도 이렇게 아름다울 지는 몰랐다”고 감탄사를 자아냈다.
가을 등산객들은 간월재 곳곳을 누비며 억새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간월재 휴게소 앞에는 준비해 온 간식을 먹는 이들로 뭄빈다. 울주군은 억새 하늘길이 열리는 10월부터 하루 수만 명이 이곳을 다녀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간월재 억새는 11월 초 마지막 은빛을 뽑냈다.
간월재 억새는 지난 1968년 조사 때 343㏊에 달했다. 하지만 이후 소나무가 세력을 넓히고, 등산객 증가와 계단 등이 설치 되면서 억세 군락지 면적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지난 2011년에는 16㏊까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울주군은 2015년부터 본격적인 억새 보존 사업에 들어갔다. 여러 노력으로 지난 2021년 기준 간월재 일대 억새숲은 33㏊까지 늘어났지만, 여전히 과거 대비 10% 면적에 불과한 수준이다.
최근 몇 년은 영남알프스 완등 인증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4계절 등산객이 붐비고 있다. 영남알프스 완등 인증사업은 1월부터 11월까지 가지산과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천황산, 고헌산, 운문산 등 영남알프스 7개 봉을 등반하면 메달을 증정하는 사업이다. 2019년부터 시행 중인 이 사업은 해마다 참가자가 꾸준히 늘어 현재까지 총 14만1802명이 완등했고, 올해는 3만1423명이 완등에 성공했다.
울주군은 내년부터 등산객 안전 확보와 지역주민의 생활 환경 개선을 위해 완등 인증을 월 최대 2개 봉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하루 최대 3개 봉까지 인증이 가능했다. 주말과 휴일에 등산로가 과도하게 붐비면서 안전을 위해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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