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을 시행 중인 서울시가 외국인 마을버스 운전기사 도입을 추진한다. 코로나19 이후 운전기사 이탈이 심각해진 상황에서 고령화 문제까지 겹치면서 필요 인원보다 20% 부족한 상태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서울시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시는 외국인 마을버스 운전기사 도입 추진을 위해 정부에 비전문취업(E-9) 비자 발급 대상에 운수업을 포함시켜달라고 공식 건의했다. 그동안 업계가 정부에 외국인 운전기사 도입 필요성을 주장해왔으나 서울시 차원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는 시장 보고를 거쳐 지난달 28일 국무조정실에 건의안을 제출했고 국무조정실은 이를 비자와 운전면허 관리·교육 업무를 관할하는 고용부와 국토교통부에 전달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 주무 부처인 고용부는 건의안을 접수한 뒤 검토에 들어갔다. 서울시 건의안의 골자는 운수 업종도 E-9 비자 발급 대상에 넣고 취업 활동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해달라는 것이다. E-9은 제조업·건설업·농업·어업·서비스업·임업·광업 등에만 적용되고 있다.
현재 방문취업(H-2), 재외동포(F-4) 비자 등으로 취업할 수 있지만 서울 마을버스 운전기사 중 외국인 비율은 2%에 못 미친다. 외국 국적 동포나 결혼이민자 등에게만 발급되기 때문에 대상이 제한적이고 발급 대상이어도 연고가 없으면 비자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미얀마·캄보디아 등 16개 고용허가제 송출국 입장에서는 월 300만 원 수준이 고임금이므로 비자 문제만 풀리면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가사관리사와 달리 최저임금이나 여성 문제에서 자유롭고 택시와 비교해 지정된 경로로 운행하기 때문에 이탈 걱정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버스 회사들이 관사와 직원 식당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생활비도 아낄 수 있다. 서울마을버스조합 관계자는 “마을버스 회사들마다 외국인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교통사고 시 인명 피해와 직결되는 만큼 외국인 버스기사의 역량, 의사소통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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