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보건복지부의 내년도 예산안 중 전공의 지원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을 두고 "정부의 개혁이 성공할 수 있을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충분한 준비와 사회적 합의 없이 무리하게 의대 증원 정책을 강행하더니 벌써부터 약속했던 재정 지원에 대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는 이유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8일 '의학교육 여건 개선과 전공의 지원 사업 예산' 관련 의견서를 통해 "정부 정책의 실패를 지금이라도 인정하고 강행 중인 정책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 같은 의견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보건복지부 등의 내년도 예산안 중 전공의 지원 사업 관련 예산을 931억 1200만 원 감액 의결한 가운데 나왔다. 복지위는 내년도 복지부 예산 중 '전공의 등 육성지원'으로 편성된 3110억 4300만 원에서 756억 7200만 원을 삭감했다. 또 전공의 등의 수련수당 지급을 위해 편성한 589억 원 중 174억 4000만 원을 감액했다. 의정갈등 장기화로 전공의 복귀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판단에서다. 그에 앞서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8일 내년 의과대학 증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학 교육 여건 개선 사업에 큰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이러한 문제의 근본 원인이 의대 증원 결정 이전에 마땅히 있었어야 할 사회적 합의가 결여된 데 있다고 봤다. 그 결과 환자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희생을 치르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전공의 수련 과정에 대한 재정적 지원은 전공의 개인이 아니라 필수의료와 국민 건강을 위한 투자다. 이러한 점을 설득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충분했다면 이러한 (예산 삭감)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 정부 들어 매년 역대급 세수 펑크가 계속된다고 하니 국민으로서 나라 살림도 걱정"이라며 "천문학적 예산을 무리해 쏟아붓기 전에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일으킨 정부 정책의 실패를 지금이라도 인정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가 결여된 정책의 미래는 결국 실패로 끝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서울의료원에서 주재한 응급의료 현장 간담회에서 "의료인들이 상대적 허탈감을 느끼지 않고 고생하신 만큼 정당하게 보상받고 보람을 느끼도록 보상 체계를 마련할 테니 정부의 진정성을 믿고 많이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의료 개혁에 향후 5년간 10조원을 투입하지만 국민 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에 필요할 경우 더 많이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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