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 잔칫상에는 각종 술에 60가지 이상의 음식이 나온다. 일반적인 식사로는 흰 쌀밥과 팥밥 두 가지 밥과 육류, 채소류, 해물류 등이 구비된다. 음식은 높이 쌓아 올리고 꽃으로 장식한다. 불편한 유통망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올라온 재료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임금의 특권이었다.
재료부터 조리도구까지 조선 시대 궁중 음식의 면면을 소개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고궁박물관은 궁중음식문화재단과 함께 20일부터 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궁중음식, 공경과 나눔의 밥상’ 특별전을 연다고 19일 밝혔다. 이날 열린 언론 공개 행사에서는 궁중음식에 관한 기록과 그림, 각종 유물 200여 점이 선보였다. 국립고궁박물관 관계자는 “궁중음식은 국왕과 왕실 가족의 일상을 유지하는 끼니이자 전국에서 올라오는 식재료를 통해 백성의 삶을 살피는 통치의 방편이었다”고 설명했다.
전시의 핵심은 궁중잔치 음식이다. 조선 왕실에서는 혼례, 왕과 왕비의 생일, 세자 책봉 등 경사스러운 날에 큰 잔치를 열었는데, 1892년 고종 즉위 30주년과 41세 탄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경복궁 잔치를 소개한다. 의궤 등에 따르면 세자와 대신들은 고종에게 9번의 술과 안주상을 올렸다. 안주상은 서로 다른 찬으로 구성돼 63가지 음식이 나왔다.
한복려 국가무형유산 조선왕조궁중음식 보유자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궁중음식문화재단이 132년 전 궁중 잔치에 오른 안주상을 재현해 만든 모형을 선보인다. 잔치가 끝난 뒤 쌀이나 술, 음식을 나눠 마음을 전하던 사찬(賜饌) 문화도 소개한다.
이외에도 18∼19세기 의궤에는 다양한 반찬 종류와 식재료를 담은 내용이 남아 있어 왕실의 일반적인 식사를 가늠해볼 수 있다. 박물관 측은 “흔히 알려진 12첩 반상은 고종과 순종 대의 마지막 상궁에 의해 전해진 수라상 모습으로, 이전에는 대개 7가지 정도의 반찬이 올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별전은 내년 2월 2일까지 열린다.
국립고궁박물관은 2층 상설전시실도 새롭게 꾸며 20일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약 8개월간 단장한 전시실은 국왕의 공간을 주제로 한 ‘조선 국왕’과 왕비의 공간을 다루는 ‘왕실 생활’ 두 부분으로 나눠 450여 점의 왕실 유물을 소개한다.
조선왕실에서는 조선 왕조의 역사와 정통성을 상징하는 유물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실 어보와 어책’, 경복궁에서 출토된 청기와 등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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