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장범 KBS 사장 후보자의 임명 효력을 멈춰달라며 야권 성향 KBS 이사들이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22일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김우현)는 KBS 야권 추천 이사진이 제기한 '박장범 사장 후보자 임명제청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날 재판부는 "대통령이 이른바 '2인 체제'하에서 방송통신위원회의 추천 의결을 거쳐 KBS 이사 7인을 임명한 처분의 위법성이 명백해 무효라고 보기 어렵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이사회 결의 역시 무효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23일 KBS 이사회가 박장범 KBS 앵커를 제27대 사장 최종 후보자로 결정한 뒤 KBS 야권 추천 이사진 4명이 ‘절차적 하자’를 근거로 들어 표결을 거부하고 효력정지를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
KBS 야권 측은 당초 위원 5인으로 구성돼야 할 방통위가 '2인 체제'에서 여권 성향 KBS 이사 7명을 추천해 임명된 것 자체가 위법이라 보고, 따라서 이사진이 박 사장 후보자를 임명 제청한 것도 무효라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역시 방통위 '2인 체제'가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이 "방통위법 입법 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며 이들이 결정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6명 임명에 대한 집행정지를 받아들였지만 서울남부지법은 반대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방통위법에는 의사정족수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없고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이라는 의결정족수에 관한 규정만 있다"며 "재적의 사전적 의미가 '명부에 이름이 올라 있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재적위원은 '현재 방통위에 적을 두고 있는 위원'을 뜻한다는 KBS 측의 해석이 잘못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재적위원의 의미에 관한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2인 체제 방통위의 추천의결을 거쳐 대통령이 KBS 이사들을 임명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하자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법이 모두 MBS 방문진 이사 임명 효력 정지를 받아들인 것과 관련해서도 ‘다른 경우’라며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방문진법은 방송법과 달리 방통위에 이사의 임명권이 있다고 정한다"며 "대통령의 이사 임명처분이 위법한지가 문제되는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원의 결정에 대해 KBS 야권 성향 이사진은 입장문을 내고 "매우 유감스럽다"며 "국회 청문회에서 대통령실의 사장 사전 낙점 의혹이 구체적으로 제기된 만큼 이 의혹의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사장 임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KBS 사장 최종 후보자로 결정된 박 후보자는 1994년 KBS 기자로 입사했다. 박 후보자는 올해 2월 방송된 윤석열 대통령과의 특별 대담에서 과거 김건희 여사가 수수한 315만 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조그만 파우치'라고 지칭해 사건을 축소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KBS 기자들 495명은 사장 임명 소식이 전해진 뒤 릴레이 성명을 통해 박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박 후보자는 이달 1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여사가 받았다는) 해당 상품을 검색했고, 공식 사이트에 '디올 파우치'라고 명확하게 나와 있다"며 "파우치는 사실이고 팩트"라고 해명한 바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