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2022년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나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가 1심 재판부에서 유죄로 판단돼 15일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면서다. 징역형 집행유예가 대법원까지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하고 10년간 선거에 나서지 못한다. 더군다나 검찰이 위증 교사 혐의로 징역 3년을 구형한 재판의 1심 선고가 25일 내려진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법정 구속’ 가능성까지 거론할 만큼 이 대표를 옥좨온 사법 리스크는 폭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1심 판결에 “정권의 정적 죽이기에 화답한 판결”이라고 격하게 법원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서울 광화문 광장 등에서 23일에도 장외 집회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또 한 번의 법원 판결을 앞두고 부담이 컸는지 이번에는 단상에 올라 사자후를 토해내지는 않았다. 어쩌면 1심 판결 직후 16일 장외 집회에서 직접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단언한 것으로 충분했을지 모른다.
선거법 위반 1심 판결이 최종 확정되더라도 이 대표가 죽는 일은 없을 테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한 것은 그 판결이 이 대표의 정치생명에 사실상 사형선고를 예고한 것이라는 것을 온 국민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대표가 정치적으로 죽지 않겠다고 자신한 말은 2·3심 결과가 극적으로 달라질 것을 예단해 나오지는 않았으리라 믿는다.
그보다는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과 피선거권 박탈형이 확정되더라도 정적과 경쟁자들이 기대하는 정치적 상황은 오지 않게 할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2027년 대선에 나가지 못하는 법적 상황을 맞더라도 여야를 통틀어 차기 대권 후보 지지율 1위라는 이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은 살려나가는 길을 택하겠다는 얘기다. 그가 1심 판결 후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이라고 본다.
민심의 법정에서 이 대표가 살아나려면 첫발은 누구나 예상하는 재판 지연 전략을 지양하고 ‘정치의 사법화’를 끊어내는 것이라야 한다. 선거 사범 2·3심 선고는 전심 후 각각 3개월 이내에 한다는 규정을 준수하겠다는 사법부 수장의 의지가 아니더라도 법률 전문가인 이 대표 본인이 선거법 위반 재판을 2년 이상 지연시키는 것이 무리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이 대표 측이 충분히 법리 다툼을 하면서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당해서는 안 되겠지만 1심 판결에 2년 2개월이 걸린 것처럼 재판 지연 전략으로 나서면 민심의 심판에 먼저 직면할 것이다. 벌써 이 대표의 재판 지연 방지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킨 여당이 할 일을 없게 만드는 것이 벼랑 끝에 선 이 대표가 추락하지 않을 힘이기도 하다.
이 대표가 ‘사즉생’의 각오로 의연하게 재판을 받다 결국 유죄가 확정됐을 때 국민의힘은 마냥 축배를 들 수 있을지 역시 심사숙고해야 한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1심 판결 확정 시 유력 대선 후보를 잃게 될 민주당은 국고 보전을 받은 434억여 원마저 반환해야 해 엄청난 타격을 입겠지만 정치에서도 위기는 곧 기회다.
200만 명이 넘는다는 민주당 당원들이 결집할 수밖에 없고 이 대표가 그토록 부르짖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에 세 차례나 부딪혀 좌절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은 거대한 동력을 확보할 것이다.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당의 강한 반발에도 22일 채 상병 국정조사를 정기국회 내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대표의 1심 선고가 발판이 됐다는 분석은 일리가 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장외 집회에서 김 여사를 겨냥해 “누구든 잘못했으면 처벌받아야 한다”고 역설한 것은 이 대표가 사법 정의의 제물로 바쳐지는 것도 수용하겠다는 결기로 읽힌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안에서 이 대표와 민주당이 걱정해야 할 것은 피고인 신분의 대통령 후보가 나올 수 있다는 국민적 우려와 형사 피의자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할지까지 고민하게 하는 정치적 혼란이다. 이 대표가 담대하게 3심제 안에서 싸우고 한국 정치의 질곡이 된 정치의 사법화를 끊어낸다면 대법원 판결이 어떠하든 본인의 말처럼 “이재명은 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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