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 새 박봉과 높은 업무 강도로 공무원의 인기가 크게 줄면서 수험서 시장의 큰 손이었던 20대의 구매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 Z세대로 통칭되는 1020세대 사이에 공무원 수험서 대신 취업에 쓸모 있는 자격증 수험서를 집어드는 이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들이 주로 찾는 것은 각종 안전 관리 분야 자격증이다.
온라인 서점 플랫폼 예스24에 따르면 산업안전기사, 건설안전기사, 소방설비기사 등 안전관리 분야 자격증의 판매량은 올해 1~10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9% 늘었다. 특히 구매 연령대의 변화가 눈에 띈다. 기존에 이 자격증은 관련 직종에 종사하는 실무자들이 업무의 숙련도를 위해 도전하는 자격증이었으나 대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20대의 안전관리 분야 수험서 구매 비율은 지난 5년 간 2배 넘게 늘었다.
이들 자격증을 보유했을 때 취업할 수 있는 분야는 주로 제조업체나 건설업체로 꼽힌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재작년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점점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가 늘어났다”며 “안전 직군에 대한 채용이 늘어나다보니 자격증을 가진 이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공무원을 준비하다가 방향을 바꾼 수험생은 “상대적으로 취업할 수 있는 자리도 많고 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면 연봉이 조금 더 높아질 수 있다”며 “박봉인 공무원보다는 미래가 밝다고 생각해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위험물기능사, 산업기사, 기능장 등 ‘위험물’ 분야 자격증 수험서와 대기환경기사, 수질환경기사, 폐기물처리기사 등 ‘환경’ 분야 수험서 모두 올해 구매자 중 20대 비율이 36.1%, 41.8%로 전체 연령대 중 1위를 차지했다.
더불어 지게차운전기능사를 비롯해 굴삭기운전기능사, 불도저운전기능사 등 수요에 따라 임금 상승폭이 큰 전문 자격증에 도전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굴삭기운전기능사의 경우 지난해 응시자 수가 4만5165명으로 1년 전인 2023년(3만6245명) 대비 25% 가량 늘었다. 필기 합격률은 80%대로 높아 이 같은 운전기능사 수험서도 판매량도 덩달아 늘고 있다.
동시에 최근 젊은층 사이에 뜨고 있는 수험서는 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이다. 5년 전 대비 20대의 구매 비율이 10%포인트 이상 늘어난 30.6%를 기록했다. 체력단련업장(헬스장, 체육관 등)의 경우 전용면적에 따라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을 가진 트레이너를 1~2명 이상 배치하도록 하다 보니 스포츠지도사 자격증을 갖춘 이들의 취업률이 높다는 게 알려지면서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자연스레 수험서 시장도 수요를 반영해서 공무원 일변도에서 각종 자격증 수험서로 다양화하고 있다”며 “젊은 이들의 취업에 대한 기준이 달라진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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