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 20년 차를 맞은 국내 대형 로펌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기존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일부 지역으로 한정돼 있던 시장을 중앙아시아·중동·북미 등으로까지 확대하며 다변화 전략을 취하는 모양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광장은 카자흐스탄에 연락 사무소 개설을 추진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러시아를 떠난 삼성·LG·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들이 카자흐스탄에 유입된 만큼 현지 법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화우는 현재 중동 지역에 데스크 오피스를 두거나 직접 진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중동의 경우 건설 프로젝트에 관한 분쟁뿐 아니라 제조업·서비스업 등의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법무법인 지평도 지난달 국내 로펌 중 최초로 헝가리에 사무소를 열고 중동부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내 로펌 중 최다 해외 사무소(9개)를 운영하고 있는 지평은 내년부터는 북미 시장 진출에 대한 로드맵을 통해 현지 법률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법무법인 세종은 본사 차원의 인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인도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로펌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는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현황 및 국제 정세 리스크와 맞물려 있다. 국내 로펌의 첫 해외 진출은 2004년 법무법인 태평양의 중국 베이징 사무소 개소로, 2000년대 후반 국내 기업의 중국 진출이 늘어나면서 국내 대형 로펌들도 잇따라 베이징·상하이에 진출했다. 이후 기업들이 미중 갈등의 여파로 동남아 시장으로 옮겨가면서 로펌들 역시 베트남·미얀마 등 동남아 현지에 사무소를 개설하면서 법률 수요에 대응해왔다.
로펌들의 해외 진출 경쟁 심화에는 국내시장 성장 정체도 한몫하고 있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국내 법률 시장이 수년째 정체돼 있는 반면 대형 로펌 간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는 양상”며 “각 로펌별로 수익 구조 다변화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국내 상위 5개 로펌의 지난해 매출은 총 2조 6900억 원으로 전년보다 약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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