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축제인 에버랜드의 워터쇼 슈팅워터펀에서 이준규 에버랜드 식물콘텐츠그룹장이 한 손에 수국을 들고 물폭탄을 맞는다. 물을 많이 줘도 죽지 않는 꽃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한 쇼츠 영상이다. 최근에는 고글을 쓰고 산더미처럼 쌓인 낙엽에 몸을 던졌다. 은행잎을 잠자리 모양으로 접는 방법도 소개한다. 은행잎으로 가득한 가을철 에버랜드를 알리기 위해서다.
이 그룹장의 온라인 부캐(제2캐릭터)인 ‘꽃바람 이박사’가 맹활약하고 있다. 식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과 지식을 나누며 소통하기 위해 에버랜드는 소셜미디어 유튜브에 꽃바람 이박사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2021년 시작한 유튜브 콘텐츠는 시즌 2가 한창 진행 중이다. 식물 소개 및 관리, 정원의 역사 등 정보를 제공하는 콘텐츠뿐 아니라 30초가량의 숏폼을 통해 친근하게 식물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총 조회 수 210만 회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가 높다.
유튜브 속 이 그룹장은 단발머리에 더우나 추우나 항상 머플러를 맨 채 등장한다. 이 같은 모습이 콘텐츠마다 반복되면서 이제 이 그룹장을 알아보는 방문객까지 생겼다. 이 그룹장은 “식물은 동물과 달리 움직일 수 없어 제가 망가지는 역할을 맡고 있다”며 “이를 통해 식물·정원 문화가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웃음 지었다.
꽃바람 이박사가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코로나19 이후 집이나 직장에서 식물을 가꾸는 소위 ‘식집사’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식집사의 연령대도 중장년층에서 MZ세대까지 다양해졌다. 그들을 위해 짧고 재밌게 식물을 잘 키우는 법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입소문을 탄 것이다.
다만 반려동물에 비해서는 아직 반려식물이 문화적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그룹장은 “지금도 ‘반려’의 의미가 아닌 인테리어 식물로 키우는 사람들이 많다”며 “식물과 소통하거나 식물을 살펴보지 않고 화분 하나 갖다놓은 뒤 ‘죽었네’ 한다”고 지적했다.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꽃·나무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다 보니 죽었을 때 죄책감을 덜 느끼는 점도 이 같은 식물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반면 식물이 정서적으로 주는 효과는 크다. 이 그룹장은 “외부에서 받는 도파민은 자극을 받으면 받을수록 더 센 자극을 받아야 처음 느꼈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면서 “하지만 식물의 경우 매일 잎을 만지기만 해도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데 이런 행위는 매일 (반복)해도 동일한 수준의 행복을 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그룹장은 일하다가 고민 있을 때 에버랜드 내 정원을 걸으며 안정을 찾는다. 그가 에버랜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바로 하늘정원이다. 그는 “고민이 있고 힘들 때 하늘정원길을 걸으면서 매화나무와 얘기한다”고 말했다. “집에서는 관엽식물을 키우고 있다”는 그는 “하나의 생명체로 소통하면 누구나 죽이지 않고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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