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에 동의한 반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에는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지지층 외연을 넓히겠다는 정치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논의 끝에 추가적 제도 정비가 필요한 때라고 생각해 2년간의 유예에 동의한다”며 “오랜 숙의와 토론을 거쳤고 정무적 판단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책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유예 반대 입장을 견지했으나 지도부 대부분이 유예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여당은 한목소리로 화답하면서 민주당의 ‘오판’에 방점을 찍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이 집중해서 주장해 온 가상자산 과세 유예가 결국 결정됐다”며 “국민을 이겨먹는 정치 없다”고 썼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실행된다면 투자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환영한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은 정부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박 원내대표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2일 본회의에서 부결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여야는 기재위에서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10%포인트 인하하고 공제 한도를 상향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해왔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의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마찬가지로 지지층 확장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800만 명에 달하는 가상자산 투자자의 상당수가 청년·남성 투자자인 만큼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 반대 역시 지지층 유지·확대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상속세율 완화를 ‘부자 감세’로 규정하며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는 정당이라는 프레임을 구축하고 있다. 가상자산 과세 관련 당론을 뒤바꾼 만큼 비판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상증세 반대를 활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상속세 개정안과 관련해 중도 확장을 지속해 온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또 다른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11일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해 상속세 완화에 대한 재계의 요청을 청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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