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양안(대만과 중국) 갈등 격화에 대비해 러시아를 통해 서방의 제재를 우회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세계 최대 규모 외환보유고가 서방의 제재로 동결될 것을 우려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현지시간) 중국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 이후 설립한 범정부 그룹을 통해 서방 제재의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위해 중국 관리들은 정기적으로 러시아를 방문해 중앙은행, 재무부 및 기타 제재 대응 관련 기관 관계자들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대만을 둘러싼 갈등으로 미국과 동맹국들이 중국에 유사한 제재를 가할 경우 이를 완화하는 방법에 대한 교훈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그룹은 연구·조사한 내용을 중국의 경제 문제를 총괄하는 허리펑 국무원 부총리에게 직접 보고하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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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이러한 노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두 번째 임기 중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고, 미국이 관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큰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연구하는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알렉산더 가부에프 소장은 "중국인들에게 러시아는 제재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한 실험상자"라며 "그들은 만약 대만 사태가 발생한다면 적용될 서방의 제재도 비슷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무력 충돌과 그로 인한 경제적 파급이라는 극단적인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중국이 우려하는 분야는 세계 최대 규모인 3조3000억 달러(약 4608조4500억 원)가 넘는 외환보유고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동맹국들이 러시아의 해외 자산을 동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은 미국 국채와 같은 달러 표시 자산에서 벗어나 비축량을 다각화하는 방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왔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과 민간연구소 로듐 그룹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방의 전면적인 금융 제재는 중국의 금융시스템을 혼란에 빠뜨리고 무역을 중단시키며 3조7000억 달러(약 5167조500억 원)에 달하는 중국의 해외 은행 자산과 준비금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례적으로 국가외환관리국을 방문해 외환보유고 보호 방안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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