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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출범' 여야의정協, 결국 3주만에 좌초… 의정갈등 출구 다시 안갯속

이만희(왼쪽 세 번째) 국민의힘 의원, 이진우(〃 네 번째) 대한의학회장 등 여야의정협의체 관계자들이 1일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반쪽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가 결국 3주 만에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 핵심 현안인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등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 차이가 전혀 좁혀지지 않은 가운데 여당의 지역 의대 신설 지지를 놓고 반발이 커지며 의료계 단체들이 협의체 참여 중단을 공식 선언했다. 10개월째로 향해가는 의정 갈등의 출구도 다시 안갯속에 갇혔다. 여야의정협의체는 의정 갈등 장기화에 따른 의료 공백 해소와 의대 정원 증원 등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 했지만 정부·여당과 의료계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결국 파국으로 마무리됐다. 특히 여당 대표가 직접 나서 협의체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당분간 대화는 물론 정치적 해법으로 의정 갈등을 해소하기 어렵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與 “휴지기 가진다” 醫 “협의 더 의미 없다”


국민의힘 대표로 협의체에 참석한 이만희 의원은 1일 협의체 4차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의료계가 2025년도 의대 정원 변경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지만 입시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라며 “협의체 대표들은 당분간 공식 회의를 중단하고 휴지기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휴지기 동안 정부와 여당은 의료계와 대화를 지속해서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도 회의 직후 공동 브리핑에서 “더 이상의 협의는 의미가 없고 정부와 여당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협의체 참여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의정 사태 해결 의지를 조금이라도 보여달라고 간절히 요청했으나 정부는 어떠한 유연성도 보이지 않았다”며 “여당은 해결을 위해 정부를 적극적으로 압박하거나 중재에 나서지 않아 진정성을 의심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야당 역시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며 사태 해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며 “과연 야당이 원하는 결과가 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협의체는 9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공식 제안한 후 야당은 물론 전공의단체·대한의사협회 등 대다수 의사 단체 불참으로 구성에 어려움을 겪다 10월 22일 의학회와 KAMC의 참여 의사로 지난달 11일에서야 출범했다. 의학회와 KAMC의 이탈로 20일 만에 사실상 좌초됐다. 정부 여당은 의료계와 논의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지만 공식 채널이 닫힌 상태에서 사실상 협의체 활동은 진전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진우(오른쪽) 대한의학회장과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이 1일 국회에서 협의체 참여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뒤 자리를 떠나고 있다. 성형주 기자


‘2025년 의대정원’ 벽에 부딪혀 파국


출범 3주 만에 활동을 중단하게 된 이번 사태는 예고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협의체는 의정 갈등 이후 처음으로 열린 정부와 의료계 공식 협상 창구라는 점에서 출범 당시 주목을 받았지만 전공의 단체와 대한의사협회 등이 참여하지 않아 ‘반쪽’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출범 후에도 ‘2025년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근본적 문제에서 벽에 부딪혔다. 내년 대입 일정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정부여당과 의대 모집인원을 줄여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의료계 간 이견이 컸다. 결국 “국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드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두 단체가 협의체 출범 3주 만에 참여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동안 논의에서 뚜렷한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앞선 세 차례 전체회의에서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자율성 보장 등에 대해서는 일부 접점을 찾았으나, 2025·2026년 의대 정원 문제에 있어서는 평행선을 달렸다. 두 단체는 협의체 3차 회의에서 4개 조정안과 2개 입장을 정부·여당에 전달했다. 이들은 조정안에서 수시 미충원 인원의 정시 이월 제한, 예비 합격자 규모 축소를 요구했다. 또 모집 요강 내 선발 인원 자율성 부여와 함께 학습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지원자에 대한 선발 제한권도 요구했다. 두 가지 입장은 2026학년도 증원 유예, 2027년 이후 정원을 논의할 합리적 추계 기구 신설 등이다.

정부는 내년도 대학 모집 인원이 사실상 확정됐기 때문에 조정안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최근 국민의힘이 경북 국립의대 신설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힌 것도 의사 사회의 반발을 샀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의학회 등을 향해 협의체 탈퇴를 공개 요청하는 등 부담도 커졌다. 의협 비대위는 “의학회와 KAMC가 알리바이용 협의체에서 나올 것을 요청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 ‘전공의 복귀’ 위해 플랜B 내놓을까


다시 열렸던 의정 대화의 문이 닫히면서 의대 정원 증원 정책 등으로 촉발된 의정 갈등은 다시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태가 됐다. 이달 6일 수능 성적 통지, 11~13일 의대 수시 합격자 발표 등 2025학년도 입시 일정도 속속 진행되며 사태가 해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의료계에 따르면 내년도에 수련할 전공의 모집이 이달 5일 공고와 함께 수련병원별로 개시된다. 이르면 19일께 합격자가 발표되는데 전공의들이 얼마나 돌아올지는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협의체 활동이 중단되면서 정부가 전공의 복귀를 위해 플랜B를 가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공의 모집에 맞춰 수련 특례나 입영 연기 등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현재 비대위 체제로 운영 중인 의협의 차기 집행부 구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의협은 내년 1월 회장 선거를 앞두고 2~3일 후보 등록을 받는다. 전공의와 의대생을 끌어안은 의협 비대위의 강경 기조가 차기 집행부에서도 이어질지, 대화파 집행부가 등장할지 주목된다. 현재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 김택우 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주수호 전 의협 회장, 최안나 의협 대변인 등 5명이 출마 선언을 하고 대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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