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국회와 용산 대통령실 정문 폐쇄에 경찰이 투입된 것과 관련해 경찰 내부에서 일선 경찰관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4일 민관기 전 전국경찰직장협의회(직협) 위원장 등 3명은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서울경찰청 공공안전부 차장, 서울경찰청 경비부장을 내란죄·직권남용죄·직권남용에 의한 체포 및 감금·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장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접수됐다.
이들은 고발장을 통해 “조 청장은 부당한 계엄령 선포를 승인하거나 이를 적극적으로 집행하며,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행동을 주도했다”며 “김 청장은 계엄령 집행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지휘하며, 경찰력을 동원해 불법적인 명령을 실행했다”고 밝혔다.
서울청 공안부장과 경비국장에 대해서는 “각자 소관 부서의 책임자로서 기동대와 경비 병력을 동원하여 국회의원의 출입을 원천봉쇄했다”고 전했다.
전날 오후 10시 30분 계엄령이 선포된 뒤 경찰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등에 경력을 파견해 국회 출입을 시도하려는 국회의원과 국회 관계자를 막기도 했다.
조 청장은 4일 오전 12시께 전(全) 국관 회의를 개최해 약 100분간 논의를 했다. 조 청장은 전국 지방 시도청장에게 정위치에서 근무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다만 이날 오전 1시께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면서 경찰은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오전 1시에 경찰 비상근무 중 2번째로 높은 단계인 ‘을호비상’을 발령하기로 했던 서울경찰청은 경찰청의 보류 지시를 받고 발령을 취소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위헌 요소를 갖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며 군경의 공권력 행사 역시 위법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의 불법 명령을 따르는 것이 불법”이라며 군경을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또한 군경의 공권력 행사가 위법하다며 지적했다.
이에 경찰 내부에서는 “명령을 따랐을 뿐이지만 결국 책임은 경찰이 지게 될 것”이라며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무슨 죄냐, 지휘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A 씨는 “경찰은 늘 국민의 편이 돼야 하지만, 윗선의 명령이 부당하더라도 이를 거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조치는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실이 경찰을 비난의 방패막이로 사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오는 5일 비상계엄 관련한 긴급 현안 질의에 조 청장과 김 청장 등을 소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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