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사상 초유의 ‘대통령 쿠데타’로 전국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비상 계엄을 반대하며 국회 앞에 몰려든 시민들이 질서를 지켜가며 집회를 진행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에 분노한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시민들은 “윤석열을 체포하라”, “비상 계엄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손에 든 피켓을 흔들었다.
이날 국회 상공에 계엄군이 탑승하고 있는 헬기가 날아다니고, 경찰들이 국회 정문을 봉쇄하는 등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는 상황이 이어졌다. 현장에 군용차량까지 도착하자 시민들은 “본회의에서 계엄 해제를 의결할 때까지 진입을 막아야 한다”며 차량을 둘러싸기도 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질서 유지를 잃지 않았다. 경찰과 대치 상황이 벌어졌지만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곳곳에서는 “아무리 화가 나도 경찰을 밀지 말라”며 흥분한 집회 참석자들을 말리는 외침이 들렸다. 일부 시민은 “경찰도 원해서 이러는 것이 아니니 폭력을 행사하지 말라”고 전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이 경찰의 출입문 봉쇄에 불만을 가지며 월담을 시도하자 다른 시민들은 “빌미를 만들지 말라”, “불법적인 행위는 자제하라”며 진입을 시도하는 시민을 끌어내렸다. 현장에서 흡연을 하는 집회 참석자들에게도 “다른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며 흡연 자제를 요청했다.
경찰도 질서 유지를 위해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경찰은 시민들이 몰리자 국회대로 앞 도로를 통제하며 차량을 우회시켰다. 덕분에 시민들은 자유롭게 도로를 활보했고, 경찰과의 충돌도 이뤄지지 않았다.
4일 오전 1시께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뒤에도 자리를 지키던 시민들은 4시 30분께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환호성을 지르며 자리를 떠났다. 집회가 끝난 후에도 일부 시민들은 거리에 떨어진 피켓과 쓰레기를 주우며 거리를 청소하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김 모(33) 씨는 “대통령의 행태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일말의 빌미도 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라며 “성숙한 시민들이 대통령의 행위에 분노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정부에 차분히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민주노총·참여연대 등 다수의 노동·시민·종교단체는 이날 ‘윤석열 불법 계엄 규탄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을 위한 전면적 저항운동 선포 전국민 비상행동’에 돌입해 이날 오후 6시부터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에서 윤석열 퇴진을 위한 집회를 연다. 윤석열 정부 퇴진 촛불 집회를 진행해온 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7시께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즉각 체포! 촛불 문화제’라는 이름으로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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