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전 국민은 3일 밤과 4일 새벽 6시간 2분 동안 혼란 속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 생중계 담화로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자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에서 시민들과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들이 실제 연출됐다.
3일 오후 10시 23분 방송된 윤 대통령의 심야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는 대통령실 사전 예고나 별도 공지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 오후 9시 30분께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사이에는 윤 대통령이 심야 담화를 할 것이라는 풍문이 돌았다. 퇴근 후 개인 시간을 보내거나 대통령실 인근에서 저녁 식사를 하던 핵심 참모진이 급하게 영문도 모른 채 청사로 복귀했다.
대통령실은 오후 9시 50분께 일부 방송사에 ‘긴급 발표’ 중계방송을 준비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다만 발표 내용은 공유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통상 10여 분 전 언론 브리핑 공지를 하는데 이 역시 없었다.
출입기자들은 결국 오후 10시 23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으로 시작된 윤 대통령의 긴급 담화 육성을 듣고서야 급히 기자실로 이동해 기사 작성에 돌입했다. 붉은 넥타이를 하고 자리에 앉아 상기된 얼굴로 6분여간 담화문을 읽던 윤 대통령은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겠다”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후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 서울 용산 청사 출입이 일부 제한됐다. 대통령실 지하 1층에는 방탄복과 소총을 든 무장 군인이 배치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 후 상황은 더 급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후 10시 42분 국회로 의원들을 긴급 소집했다. 계엄사령관에는 박안수 육군 참모총장이 임명됐고 2분 만인 오후 11시 27분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가 발표됐다.
특히 4일 오전 0시 7분에는 완전무장한 계엄군이 헬기를 타고 국회 경내로 진입했고 20여 분 만에 국회 본청 출입문이 봉쇄됐다. 계엄군은 국회 본청에 진입했고 이에 대응하는 국회 보좌진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4일 오전 0시 49분 본회의가 열려 1시 1분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재적 190명 중 찬성 190명으로 가결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계엄 해제 결의안 가결에 따라 계엄령 선포는 무효”라며 윤 대통령과 국방부에 계엄 해제 요구 통지를 보냈다. 이후 대통령실은 3시간가량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다 새벽 4시 27분 윤 대통령이 생중계 담화로 비상계엄 선포 해제를 선언했고 4시 30분 국무회의를 통해 ‘계엄 해제안’을 의결 발표했다.
한편 이날 육군 대장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회로 진입한 계엄군 등 군의 동향을 두고 “계엄 준비가 잘 안 된 상태에서 몇몇이 비밀리에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인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계엄군으로 투입된 707특수임무단은 샷건·소총 등을 갖췄고 저격수들도 배치된 채로 국회에 불법 난입했다”고 주장했다. 여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 “무장은 했지만 실탄은 지급되지 않았고 공포탄만 소지한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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