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고에 사채로 30만 원을 빌린 A(25) 씨는 최근 약속된 기한까지 돈을 돌려주지 못하자 업자로부터 욕설 문자와 함께 한 인스타그램 계정 링크를 받았다. 링크를 눌러보니 지인들의 사진과 함께 ‘성매매 종사자’ ‘게이클럽 회원’ 등 터무니없는 허위 정보가 적힌 게시물이 열 개 넘게 올라와 있었다. A 씨는 “직장도 그만두고 지인들로부터 개인정보 유출로 고소까지 당한 상태”라고 한탄했다.
불법 추심에 시달리던 싱글맘이 끝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세간의 분노가 커지고 있지만 사채업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악랄한 추심 행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A 씨 사례처럼 사채업자들이 불법 추심의 일환으로 지인들에 대한 명백한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채업자들은 통상 채무자가 돈을 빌리는 조건으로 지인의 연락처를 요구하는데, 휴대폰 번호가 카카오톡 등과 연동됐다는 점을 악용해 지인들의 실명 등 신상을 캐낸 것이다. 기존에도 추심의 일환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대다수는 채무자만을 대상으로 했다. 지인에 대한 괴롭힘은 전화·문자 폭탄 선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지인 연락처를 넘어 부모님 혹은 가족의 계좌를 요구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 같은 업체를 이용했다가 현재 추심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밝힌 30대 여성 B 씨는 “제때 상환을 하지 못하자 ‘부모 계좌를 대포통장으로 만들어버리겠다’ ‘해당 계좌로 500만 원어치 배달을 시키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고 토로했다.
여성 채무자들은 성적인 괴롭힘까지 당하며 그야말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B 씨는 “새벽 3시에 전화해 성적인 춤을 추는 영상을 보내라고 한 업자도 있다”며 “한 업자는 돈을 다 상환했는데도 계속해서 전화하며 추근댔다”고 했다. 1년여 전까지 사채로 시달렸다는 C(33) 씨 역시 “한 업자로부터 입맞춤 등 성추행을 당했다”며 “다른 업자는 성관계 1번에 10만 원씩 원금을 까자는 황당한 요구까지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불법 추심 수법이 더욱 악랄해지고 있지만 검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부분이 철저하게 비대면으로 거래를 진행하는 데다 최근에는 휴대폰 번호도 공개하지 않고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으로만 거래하기 때문이다. ‘지인 박제’ 피해를 당한 A 씨는 “경찰에 신고도 해봤지만 업자가 텔레그램에서만 활동하는 데다 해외에 있어 검거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들을 보호할 제도 또한 허술하다. 경찰이 제공하는 신변 보호가 대표적이다. 업자가 실제로 피해자를 찾아와 협박해야 신고할 수 있는데 대다수 업자들은 경찰 검거를 피하기 위해 전화·문자 등 비대면 협박만 일삼는 까닭이다. 금융감독원도 불법 추심 피해자를 위해 변호사를 지원하는 채무자 대리인 지정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업자의 전화번호를 알아야만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B 씨는 “비대면 업자가 많아 신청 단계부터 막힐뿐더러 번호를 어찌저찌 알아내도 담당자 배정에만 열흘이 걸린다는 무력한 답만 돌아왔다”고 비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