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등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이어지며 분양 매수 심리가 얼어붙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발의로 정치 불안이 더해져 신축 아파트 매수 심리가 더 악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불확실성으로 인해 시장에서 매수 관망세가 짙어지자 건설업계에서는 정부의 인위적인 집값 잡기용 규제가 경기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5일 주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18~27일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달 전국 평균 아파트분양전망지수는 전월대비 16.2포인트 하락한 82.0으로 나타났다. 수도권도 전월 108.8에서 이달 83.4로 대폭 하락했다. 전월 108.3이었던 서울 아파트분양전망지수는 이달 89.5로 떨어졌고, 경기는 103.2에서 83.3으로 인천은 114.8에서 77.4로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향후 신축 아파트 분양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업자가 더 많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 상황이라는 의미다. 이지현 주택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올해 8월 중순 이후 계속 강화된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신규 분양 아파트 중도금·잔금 대출 규제가 겹치면서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됐다”며 “한국은행이 연속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음에도 시중은행이 지난 7월부터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인위적으로 가산금리를 올려 여전히 금리 부담이 큰 것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가계대출 규제로 분양 대금을 마련하지 못해 신축 아파트 입주를 미루는 계약자들이 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 아파트 입주율은 전월 대비 2.0%포인트 하락했다. 미입주 원인은 ‘잔금대출 미확보’가 30.9%로 가장 많았다. 시중은행들은 현재 조건부 전세대출을 중단했으며, 신규 분양이나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의 입주예정자에게 개별 심사 없이 일괄 승인해주는 집단대출도 문턱이 높아졌다.
그나마 서울 등 수도권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이달 비수도권 아파트분양전망지수는 전월대비 14.2포인트 하락한 81.7에 그쳤다. 광주(88.2→89.5)만 소폭 상승 전망됐으며 그 외 지역은 대폭 하락 전망됐다. 충북이 전월대비 22.2포인트 하락한 66.7로 가장 낮았으며 이어 충남(100.0→71.4), 전북(91.7→75.0), 제주(100.0→75.0) 순으로 낮았다.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수출 불안 심리까지 확산한 상황에서 정부의 대출 규제가 경기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택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관세 부과·무역 갈등 등 수출 환경 불확실성으로 국내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건설업계는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주택시장 침체를 유도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금융 불안과 지방경기 악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분양가는 여전히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주산연 조사 결과, 이달 분양가격 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4.8포인트 하락한 104.3으로 전망됐다. 이는 기준치(100.0)를 웃도는 수치로 분양가격 상승이 지속되는 가운데 상승 폭만 소폭 둔화될 것이란 뜻이다. 이날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최근 1년 동안 전국에서 신규 공급된 전용 85㎡ 이하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격은 6억 5905만 원이다. 지난 10월 말 대비 0.78% 떨어졌지만 전년과 비교해서는 10.22% 오른 가격이다. 김유찬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내년 초 은행의 대출영업이 재개되고 한국은행이 내년 상반기에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 등은 분양 전망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분양물량 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2.6p 하락한 91.3으로 전망됐다. 인허가 및 착공 물량 감소로 인해 분양 물량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토부가 집계한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국 아파트 인허가 실적은 21만 8641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2.6%(6만3830가구)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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