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께 드리는 글. 단단한 콘크리트는 질 좋은 시멘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모난 자갈과 거친 모래를 각종 상황에 따라 비율대로 잘 섞어야 만들어집니다. 그게 바로 국정운영입니다. 대역죄인 명태균 올림.’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비상계엄 선포·해제’ 사태를 보고 이런 내용의 ‘옥중 편지’를 썼다.
5일 명씨 변호인은 이날 오전에 진행된 검찰 조사 전 명씨를 접견한 자리에서 명씨가 불러준 것을 적어왔다며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변호인단은 “명씨가 밝힌 ‘질 좋은 시멘트’란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아첨꾼들을 말하는 표현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난 자갈’은 야당 정치인과 윤석열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들이라고 표현을 했고, ‘모레’ 같은 경우에는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이라고 명씨가 설명했다”고 말했다.
또 변호인단은 “명씨는 이 글의 전체적인 취지가 윤 대통령께서 주변에 좋은 얘기를 하시는 분도 계시고 조금 듣기 싫어하시는 소리로 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그걸 균형있게 잘 들으셔서 국정운영을 잘하셨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명씨가 자신을 대역죄인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명씨가 지금 비상계엄 선포·해제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본인의 잘못도 있다고 생각을 하고 이런 메시지를 만든 것 같다”며 “전국이 혼란스러운 게 아무래도 자신으로부터 불거졌다는 것에 대해 도의적으로 윤 대통령에게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명씨는 전날 오전 구치소 내 뉴스를 통해 지난 3일 밤 계엄이 발령된 것을 알게 됐고, 이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명씨 변호인은 전했다.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메시지도 변호인단을 통해 전달했다. 명씨는 오 시장이 자신을 고소한 일과 관련해 “(검찰에) 증거 자료를 다 제출했다”며 “오 시장은 간이 작아서, 쫄아서, 헛발질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자업자득으로, 안타깝다”며 “오 시장의 정치 생명은 험난할 것 같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명씨를 조사하며 아직 제출하지 않은 휴대전화를 제출하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명씨 변호인이 공개한 명씨 공소장에 따르면 명씨는 2022년 6·1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경북 고령군수와 대구시의원 예비후보로 출마한 A, B씨에게 유력 정치인 등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공천에 도움 줄 수 있을 것처럼 접근했다.
2021년 6월에는 A씨를 국민의힘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의 지방분권정책기획위원으로, B씨는 여의도연구원의 청년정책기획위원으로 임명되게 하는 등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해 8월에는 A, B씨에게 “서울, 수도권 시장도 아니고 시골 군수나 시의원 그거 뭐라고 발로 차도 공천된다”며 “당선되려면 선거운동도 하지 말고 나한테 맡겨놓고 가만있으면 당선된다”고 공천 대가를 요구했다.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전직 4선 국회의원으로서 명씨 말에 긍정, A, B씨가 명씨 말을 믿게 했다. 이후 명씨는 동석했던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에게 A, B씨한테 돈 받아놓으라는 취지로 말했고, 김 전 소장은 이들에게서 현금을 받았다.
앞서 명씨는 2022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김 전 의원을 경남 창원 의창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로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김 전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 씨를 통해 8070만 원을 받고, A씨와 B씨에게서 당시 지방선거 공천 추천과 관련해 2억4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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