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장기화 국면에서 미복귀 전공의를 '처단'한다는 계엄 포고령을 두고 의료계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후보들이 한 목소리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의협 회장 후보 중 '온건파'로 분류되는 강희경 전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은 6일 비대위와 함께 시국선언문을 내고 "국민을 처단한다는 대통령은 당장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강 후보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의정갈등이 한창 고조되던 올해 5월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비대위의 세 번째 수장으로 선출돼 6개월여 기간 동안 활동해 왔다. 지난 10월에는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정부 의료개혁 추진의 책임을 맡고 있는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실무추진단장 등이 참여하는 의정 간 첫 공개토론회를 성사시키는 등 정부와의 대화 의지를 보여왔던 인물이다.
강 후보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계엄 포고령에서 의료인이 '처단'의 대상으로 지목된 건 지난 10개월간 대통령의 잘못된 지시에 순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잘못된 지시는 잘못된 처방과도 같은데 의료인이 어찌 순순이 따를 수 있겠나"고 되물었다. 강 후보는 국민들을 향해 "계엄이란 폭력을 휘두를 수 있는 대통령이다. 다음은 여러분이 대상이 되지 않으리라고 보장 하실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를 향해서는 "누가 탄핵에 찬성하는지 온 국민이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며 "그분만이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 국민의 한 표를 받을 것이다. 우리는 국민과 의료인 모두가 안전해 질 때까지 끊임없이 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 전임 집행부 대변인을 지낸 최안나 후보도 이날 "의료농단 대통령의 즉각 탄핵을 요구한다"며 "국민 생명을 책임지는 의료계를 적으로 돌리는 정권은 좌우를 막론하고 유지될 가치가 없다"고 선언했다.
이에 앞서 김택우(전국광역시도의사협의회장) 후보는 전일(5일)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하고 즉시 하야하라"고 촉구했다. 또 "계엄을 계획하고 실천에 옮긴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의료계도 포고령의 '전공의 처단' 조항에 경악하며 정부가 시작한 의료농단의 책임을 전공의에게 전가하는 행태에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의협 35대 회장을 지낸 주수호(미래의료포럼 대표) 후보도 같은 날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들은 이미 지난 2월부터 정부의 각종 위헌적 명령으로 인해 자유와 기본권을 박탈당한 계엄 상태 속에서 생활 중"이라며 "대통령은 의료계에 내린 계엄령을 해제하고 즉각 하야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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