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12·3 비상계엄 사태’를 겨냥해 검·경이 ‘동시다발’ 수사에 착수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이 7일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으나 이들 사정 기관 사정 칼날이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 수뇌부로 향하는 모습이다. 다만 하나의 사건을 검·경 등이 동시 수사하고 있어 향후 강제 수사에 우선 착수하는 곳이 수사의 중심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세현 특별수사본부장 등 특수본 소속 검사들은 주말 각자 사무실로 출근, 법리 검토 등 수사 업무에 착수했다. 서울동부지검에 정식 사무실이 꾸려지기도 전에 수사 업무를 시작한 셈이다. 이들은 현재까지 나온 관계자들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내란죄 등이 성립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방부검찰단과 전날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 등 현역 군인 10명에 대한 긴급 출국 금지를 법무부에 신청했다. 그만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강제수사 착수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검찰은 대검과 중앙지검 소속 검사와 수사관 50여 명 규모로 구성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형사3부를 중심으로 일부 인지 부서 검사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국방부로부터 군검사 4명을 포함해 총 12명 규모의 인원도 파견받았다.
경찰도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12·3 비상계엄과 관련된 각종 고발 사건을 안보수사단에 배당했다. 이어 송영호 안보수사심의관을 필두로 120여 명 규모의 전담수사팀도 꾸렸다. 전담수사팀 명단에는 안보수사단 소속 총경급 과장 3명도 투입됐다. 시도 경찰청에서 인력을 끌어와 전체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경찰 전담수사팀이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조 청장과 김 청장, 목현태 국회경비대장 등으로부터 임의 제출 받은 휴대폰을 분석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증거 자료 확보를 위해 조만간 압수수색 등 영장을 검찰에 신청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들 사정 기관의 발 빠른 움직임에 부각되는 쟁점은 앞으로 누가 수사를 주도할 지 여부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두 사정 기관들이 동시에 전담 부서를 꾸리고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영장 신청을 먼저 한 곳에 우선권을 주고 있는 만큼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경 가운데 가장 신속하게 강제 수사에 착수하는 곳에서 향후 수사를 주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형사소송법 제197조의 4에 따르면 동일한 범죄 사실을 수사하게 된 때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사건을 송치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검찰과 같은 혐의 수사를 하고 있는 사법경찰관이 먼저 영장을 신청한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현행법에서 영장 신청 여부에 따라 수사 우선권을 주고 있는 만큼 검경과 공수처 중 어느 곳이 먼저 강제수사에 돌입할지가 관건이 될 수 있다”며 “그만큼 각 사정 기관들이 현재 압수 등 영장 작성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수사에 돌입할 수 있는 대상은 불소추 특권을 지닌 윤 대통령이 아닌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될 수 있다”며 “수사 초기에는 비상계엄 사태와 연계된 국방부·행안부·육군본부 등과 해당 기관 공무원들이 강제수사의 대상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헌법 84조에 따라 수사 초기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수사 대상에서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향후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따라 상황은 변화할 수 있다. 헌재가 탄핵 인용을 결정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를 인정할 경우 수사의 길이 열린다. 반대라면 윤 대통령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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