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주요 언론과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 무산을 두고 ‘정치 격변에 따른 불확실성이 연장됐다’고 평가했다. 동맹국 외신들은 윤 대통령이 국제적으로 고립되면서 한국의 외교가 일시적으로 멈출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 중 하나인 대한민국에서 장기적인 정치적 불확실성과 혼란이 초래됐다”며 탄핵안이 의결되는 시나리오보다 오히려 혼란이 길어지게 됐다고 평가했다. NYT는 윤 대통령이 탄핵 표결 전 자신의 거취를 여당에 일임한 소식을 함께 전하며 “윤 대통령이 정말 단축된 임기를 받아들일지, 야당의 주장처럼 정치적 폭풍이 지나갈 시간을 벌기 위한 의도인지 불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와 AP, 블룸버그통신 등은 추후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의회에서 결국 의결될 가능성도 열어뒀다. WP는 “이번 탄핵안 폐기로 더 많은 정치적 혼란과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는 대중의 요구가 촉발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의 금융업체 IG아시아의 시장전략가 준롱 옙은 블룸버그통신에 “국민들의 반발이 격화하고 정치적 압력이 커지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 찬성 쪽으로) 이탈할 수 있다”며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주식 시장에도 걸림돌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한국의 외교적 고립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카고 글로벌 문제 협의회의 아시아 연구 전문가 칼 프리드호프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탄핵을 막은 것은 한국 보수 정당과 윤 대통령에게 ‘피로스의 승리(너무 많은 희생을 치르고 얻은 승리)’일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윤 대통령의 행동은 중국과 북한, 러시아의 위협이 고조되는 가장 부적절한 시점에서 한국에 장기적인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했다”며 “(윤 대통령 퇴진) 시점과 과정에 따라 한국과 미국, 전 세계가 큰 경제·정치적 비용을 치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탄핵 표결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도한 일본도 한일 관계, 더 나아가 한반도 현안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NHK는 외무성 간부의 말을 인용해 “탄핵안이 폐기됐다고 해서 한국의 혼란이 가라앉고 상황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추가적인 구심력 저하는 피할 수 없으며, 정상과 각료의 상호 왕래 등 관계 개선의 노력이 진전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과거 한국 정권은 지지율이 부진할 때 대통령이 반전을 위해 ‘반일’로 전환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야당 세력이 정권을 잡으면 일본에 강경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번 탄핵 사태를 보도하며 일당 체제의 우월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양당 체제로 인한 대립이 심각해 탄핵 정국이 발생했으며 이에 양당 체제에서는 국가의 안정이 어렵고 정책과 이데올로기의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기사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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