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무산된 것에 대해 “한국의 민주적 절차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는 모든 상황에서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7일 국회의 탄핵안 표결이 여당의 퇴장으로 무산된 뒤 미국 정부가 내놓은 첫 입장이다.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7일(현지 시간) 한국 국회의 탄핵안 표결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서울경제신문의 질의에 “미국은 오늘 결과와 국회의 추가 조처에 대한 논의에 주목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당국자는 “우리는 한국의 민주적 제도와 절차가 헌법에 따라 온전하고 제대로 작동할 것을 계속해서 촉구한다”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의 관련 있는 당사자들과 접촉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는 건강한 민주주의의 필수적인 요소이며 모든 상황에서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향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시위에 대해 한국 정부의 강행 진압 등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명확히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또 야당이 계속해서 탄핵안을 표결에 부칠 예정인 가운데 이런 절차 역시 헌법에 따라 온전하게 작동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읽힌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가 미국과 상의도 없이 갑작스럽게 계엄령을 발동한 것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4일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 “심각한 오판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 인사가 동맹국의 지도자에 ‘심각한 오판’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그만큼 윤 대통령의 계엄령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미 행정부 내에서는 러시아·이란 등 미국의 적대국들도 중대한 행위를 할 때 미국에 미리 통보를 하는데 핵심 동맹인 한국이 미국을 ‘패싱’했다는 것에 크게 놀라는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이날 미 당국자는 “우리 동맹은 여전히 철통 같고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 전념하고 있다”며 “미국 국민은 한국 국민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의 연합 방위 태세는 여전히 굳건하며 어떤 도발이나 위협에 대응할 준비가 됐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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