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비만치료제 개발 선두주자 업체들이 국내 출시를 앞당기기 위한 속도전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HK이노엔이 중국으로부터 도입한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은 최근 현지에서 2형 당뇨병 치료제로서 허가 절차에 들어간데 이어 비만 관련 임상도 이달 말 마무리한다. HK이노엔은 국내 품목허가를 위해 연내 식약처에 임상 3상 계획서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도 비만치료제 신약의 출시 일정을 반년가량 앞당기기로 했다.
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후보물질 ‘XW003(성분명 에크노글루타이드)’ 개발사인 중국 사이윈드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NMPA)에 2형 당뇨병 성인 치료제 마케팅 허가 신청을 마쳤다. 이달 말 완료 예정인 비만 관련 임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적응증 확장에도 나설 전망이다.
이 후보물질은 HK이노엔이 5월 비만치료제 출시 목적으로 도입한 바 있다. HK이노엔은 국내에서 2형 당뇨병과 비만에 대한 임상 3상을 동시 추진한다는 계획인 가운데 중국에서 당뇨 적응증 신청이 완료된 만큼 국내 신청도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2형 당뇨 적응증은 중국 관계사의 임상 데이터를 토대로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비만 적응증은 관계사 일정과 별개로 이달 중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XW003는 기존 GLP-1 계열 후보물질과 달리 지방산 변형으로 약물의 지속성을 높이고 천연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부작용 위험을 낮춘 특징이 있다.
국내 비만약 제품 중 가장 앞서있는 곳은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올 1월 성인 비만 환자 420명을 대상으로 GLP-1 계열 약물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을 시작했다. 당초 2027년 상반기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2026년 하반기 출시로 목표를 수정한 상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환자모집 기간을 당초보다 2개월 이상 앞당길 수 있었다”며 “2027년 상반기로 제시했던 출시 일정은 보수적 전망에 근거한 것으로 현재 속도를 기준으로 본다면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앞당길 수 있을 전망”이라고 전했다. 한미약품은 해당 품목으로 연간 국내 매출을 1000억 원 이상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치료제 매출은 지난해 66억8000만달러(약 9조 원)를 기록하며 2022년 27억2000만 달러 대비 145.6% 증가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비만치료제 시장이 성장세를 거듭해 2028년에는 480억3000만달러(약 64조 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이 커지며 국내외 제약업계는 비만 신약후보물질 발굴에 대거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지난해 기준 GLP-1 계열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은 121개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개 늘었다. 그중 임상 3상에 진입한 신약후보물질은 49개다. 위고비와 젭바운드 등 기존에 출시된 비만약이 공급난을 겪고 있는 만큼 후발주자에도 기회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