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수 경기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 밖으로 둔화하면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다시 커지는 양상이다. 당국이 9월 말부터 잇따라 내놓은 부양책에 힘입어 일부 경제지표가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연말이 가까울수록 경기가 가라앉고 있다는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5% 안팎의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관측 속에 11일 개막할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당국이 내놓을 부양책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재정 정책을 펴기로 방향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나올지 이목이 집중된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1월 중국 CPI가 전년 동월 대비 0.2% 상승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인 0.5%에 못 미쳤고 전월 상승 폭(0.3%)보다도 떨어진 수치다. 중국의 CPI는 1월 0.8% 하락하며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2월 0.7%로 반등한 뒤 플러스 행진을 이어왔다. 이후 8월 0.6%를 기록한 후 9월(0.4%), 10월, 11월까지 증가세가 둔화하는 흐름이다. 11월 CPI는 6월(0.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CPI 선행지표로 보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좀처럼 맥을 못 추고 있다. 이날 발표된 11월 PPI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하락하며 26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전월(-2.9%)에 비해 낙폭을 줄였고 예상치(-2.8%)에 비해서는 다소 나아진 수치를 기록했지만 플러스로 돌아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중국 당국은 경제 활성화 조치 등에 힘입어 주요 지표가 회복세를 보였던 만큼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인 ‘5% 안팎’을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지만 중국 경제의 핵심 축인 소비 회복은 여전히 더딘 상황이다. 여기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미중 무역 전쟁이 거세질 조짐을 보이면서 중앙경제공작회의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블룸버그통신은 “비공개로 열리는 회의에서 2025년 경제 목표와 경기 부양 계획을 세울 것”이라며 “최고 지도자들이 내년 성장 목표를 올해와 같은 5% 안팎으로 유지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관심이 모아진다”고 밝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는 최고 지도부와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해 경제 정책을 심의·결정하고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를 통해 승인한다. 내수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만큼 이번 회의에서 보다 공격적인 부양책이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에릭 주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민간 부문 회복이 약한 상황에서 경제 회복을 촉진하고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물리치기 위해 더 강력한 정부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경기 회복 조치로 연내 지급준비율을 낮추고 내년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월가 은행들 사이에서는 중국 인민은행이 내년에 1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은 중국이 내년에 40bp(1bp=0.01%포인트)에서 최대 60bp까지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이날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는 그간 ‘적극적’으로 유지하던 재정 정책 방향을 ‘더욱 적극적’으로 조정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2011년 이후 ‘신중한’ 통화 정책이라는 기조를 이어왔지만 내년에는 차입과 재정 적자를 늘릴 여지가 큰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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