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앞서 국군방첩사령부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에서 제주 4·3 사건을 법적 근거도 없이 ‘폭동’으로 표기한 점이 드러나 공분을 사고 있다.
9일 추미애 국회의원(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하남시갑)에 따르면 12·3 계엄사령부의 ‘계엄사-합수본부 운영 참고 자료’에는 비상계엄 선포사례가 제시됐는데, 해당 문건에서 제주 4·3 사건은 ‘제주폭동’으로, 여수·순천 10·19 사건은 ‘여수·순천반란’, 부마민주항쟁은 ‘부산소요사태’로 기재돼 있었다.
문건이 공개되자 분노 여론이 일었다. 특히 제주 4·3 사건은 국가에 의해 민간이 학살이 자행됐던 사건으로, 2003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가권력에 의해 대규모 희생이 이뤄졌음을 인정하고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한 바 있다. 최근에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이 사건을 다룬 그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재조명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전두환 신군부 시절 작성한 문건인가? 이 문서는 여전히 대한민국의 군부가 제주4·3을 비롯해 한국 현대사를 얼마나 왜곡 편향되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는 증거”라고 비판했다.
김창후 제주4·3연구소 소장은 “2003년 정부 진상조사보고서와 제주4·3특별법 등에서 제주4·3이 폭동이 아닌 점이 이미 증명됐다”며 “왜곡된 시선을 그대로 드러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소장은 이어 “현재 정부가 국가폭력을 인정해 보상해주고 있고, 검찰도 당시 군사재판의 불법성을 인정해 수형인의 무죄 판결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4·3특별법은 제주4·3을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발생한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하고 있다.
1948년 제주 계엄령 자체의 불법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정부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는 1948년 11월 7일 당시 이승만 대통령에 의해 제주에 내려진 비상 계엄령은 '계엄법 제정 전 이뤄진 계엄령'으로 불법성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사법 기관 역시 계엄령에 의한 군사재판을 불법으로 보고 당시 수형인들에 대한 재심에서 잇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또 2001년 대법원은 불법성 논란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불법성을 제기한 언론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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