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기업들의 체감 경기를 의미하는 경기실사지수(CBSI)가 6개월 만에 최저치로 나타났다. 지난달까지 부도를 신고한 건설업체는 총 27곳으로 지난 201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제 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수출 시장 및 정치 불확실성으로 환율까지 오르며 건설업 위기가 커지고 있다.
10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지난달 CBSI가 전월보다 4.0포인트 하락한 66.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수는 지난 5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CBSI가 100을 밑돌면 현재의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고, 100을 웃돌면 그 반대를 뜻한다.
지난달 CBSI에서 수주잔고 지수를 제외한 모든 세부 지수가 하락했다. 수주잔고 지수는 전월 대비 5.6포인트 오른 79.0으로 나타났지만 공사대수금 지수는 78.3으로 전월 대비 7.0포인트 내리며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자금조달 지수는 70.6으로 6.4포인트 떨어져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특히 서울의 CBSI 지수가 70.7로 지난 5월 지수 개편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월대비 하락 폭도 13.1포인트로, 3.3포인트 내린 지방(64.7)보다 하락 폭이 컸다.
이달 경기를 예상한 전망지수도 77.4로 100을 밑돌아 경기 악화 전망이 우세하게 나타났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이전에 산출된 것이어서 정치 상황이 반영될 경우 추가로 낮아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건설업은 한파로 꽁꽁 얼어있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당좌거래정지 당시 폐업 또는 등록 말소된 업체 제외하고 부도를 신고한 건설업체는 총 27곳에 달했다. 건설사 부도는 전년 동기 13곳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연간 통계로는 지난 2019년 49곳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다.
상대적으로 자금력과 경쟁력이 약한 지방 건설사부터 타격을 받고 있다. 올해 부도 건설사는 서울(1곳), 경기(3곳)를 뺀 85%가 지방 업체다. 이달 3일에는 전북 익산에 본사를 둔 종합건설사인 제일건설이 부도 처리됐다. 1988년 건설된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이 1743억 원인 전북 시공능력평가 4위의 중견업체지만, 미분양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달에는 부산의 시공능력평가 7위 종합건설사인 신태양건설이 부도를 맞았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의 경우 재개발, 재건축 물량이 어느 정도 있겠지만 지방은 신규 공급 여력이 좋지 않아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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