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가 격화되고 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과 대화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양국 관계 악화를 막고 협상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0일 관영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세계무역기구(WTO) 등 주요 국제 경제기구 10곳의 수장과 중국이 개최한 ‘1+10 대화’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시 주석은 “각국 경제에는 각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응당 개방형 세계 경제 시스템을 협력 건설하고 혁신 주도를 견지해야 한다”며 “‘마당은 좁게 담장은 높게’(small yard high fence·중국 등으로의 첨단 기술 유입을 차단하는 미국 정책)와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은 타인을 다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이롭지 않다”고 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 정부와 대화를 유지하고 협력을 확장하며 이견을 관리해 중미 관계가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추동할 의향이 있다"면서 "미국이 중국과 마주보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세 전쟁과 무역 전쟁, 과학·기술 전쟁은 역사적 조류와 경제 규칙에 어긋나고, 승자가 있을 수 없다”며 “중국은 언제나 정력을 집중해 자기 일을 잘할 것이고, 자기 주권·안보·발전 이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동시에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추진한다는 중국의 결심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시 주석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인 ‘5% 안팎’ 달성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40여년 간 빠른 발전을 거쳐 중국 경제는 이미 고품질 발전 단계에 진입했고, 세계 경제 성장에 대한 공헌율은 3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며 “중국은 올해 경제 성장 목표를 달성해 세계 경제 성장의 가장 큰 엔진 역할을 계속 발휘할 것이라는 충분한 자신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전날 ‘2025년 경제 공작(업무)’을 분석·연구하는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주재하고 14년 만에 통화정책을 ‘적절히 온건하게’ 조정하기로 했다. 중국 당국은 11~12일 개최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이같은 내년도 경제 운영 방향을 최종 확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고율 관세 등이 예상되는 트럼프 2기의 ‘험난한 시기’ 개막을 앞두고 재정·통화 정책을 포함한 경기 부양책으로 충격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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