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사태 수사와 관련해 서로 ‘적임자’를 자처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가 수사협의체 구성 초읽기에 들어갔다. 최근 각각 수사에 돌입하며 소모적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세 기관이 효율적 수사를 위해 협의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0일 대검찰청은 이달 9일 오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과 공수처에 공문을 보내 수사 협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이달 6일 검찰의 합동수사본부 구성 제의를 한 차례 거절한 바 있는 국수본은 수사 협의 제의에 “3개 기관이 모두 참석한다면 안 갈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과 검찰에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보장된 독립수사기관인 우리가 수사를 맡겠다’며 사건 이첩을 요구한 공수처 또한 “협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세 수사 기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관여한 초유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대해 앞다퉈 수사에 나서며 서로를 견제하고 있다. 가장 먼저 선수를 친 것은 검찰이다. 검찰은 세 기관 중 가장 먼저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을 긴급체포 해 신병 확보에 성공했다. 이어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에 대한 소환 조사도 진행했다. 경찰에 대한 견제도 이어가고 있다. 10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전날 청구한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에 내란 혐의 공범으로 조지호 경찰청장을 적시했다.
경찰은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신병확보보다는 증거확보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특수단은 김 전 장관의 자택과 공관, 집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며, 통신영장을 발부 받아 통신 내용을 분석 중이다. 또한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여 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청장,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4명에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회의에 참석한 장관 9명,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11명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특수단은 이 중 1명에 대해 조사를 마쳤다고 전했다.
공수처는 ‘출국금지’로 존재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달 9일 오후 3시께 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를 법무부에 신청해 승인을 받았다. 또한 10일에는 김 전 장관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검찰과 경찰, 공수처는 각각 유·불리 점이 명확하다. 경찰은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세 기관 중 유일하게 ‘내란죄’를 직접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됐 다. 경찰 또한 이 점을 인지, 자신들이 수사의 주도권을 쥐겠다고 못 박은 바 있다. 그러나 영장을 직접 법원에 청구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사전에 경찰의 수사 의도를 파악하고 먼저 손을 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도, 현재 경찰의 수장인 조 청장이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는 점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검찰은 경찰과 달리 법원에 직접 영장을 청구할 수 있고 내란죄 수사 경험도 있다.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확대하려 해도 주요 피의자인 윤 대통령에게는 ‘불소추특권’이 있어 사실상 수사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검찰 출신이라는 점도 검찰의 신뢰도가 낮은 이유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인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수사 개시가 가능하다. 다만 검찰과 마찬가지로 내란 혐의에 대한 직접 수사권이 없다. 또한 수사 인력이 부족하고 현재까지 수사 성과가 미약해 수사력에 대한 의심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세 기관이 수사협의체를 꾸리거나 합동수사본부(합수본)를 구성한다면 각 기관의 약점을 보완하고 수사 일원화로 효율적인 운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협의체나 합수본 내에서도 누가 주도권을 쥐냐에 따라 내부적으로 불만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세 기관은 이른 시일 내에 수사협의체 가동을 위한 대면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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