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으로 알려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 전기차 테슬라 소유주들 사이에서 “머스크가 미치기 전에 샀어요(I bought this before Elone went crazy)”라는 문구의 스티커가 유행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진보’를 선호하는 정치 성향의 테슬라 소유주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머스크가 트럼프 당선인과 긴밀한 관계와 함께 정치적 성향을 나타내는 것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하는 현상이다.
FT는 “머스크가 (자기 소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엑스(X·옛 트위터)에서 점점 더 우익적이고 음모론적인 입장을 취하고 트럼프 선거 운동에 2억 5000만 달러(약 3567억 원) 이상을 쏟아붓자 테슬라 브랜드에 대한 일부 소비자의 관심이 식고 있다”고 전했다.
2011년 테슬라를 구매했다는 샌디에이고 거주자 조 시퍼는 FT에 “자신은 공개적으로 정치적인 입장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닌데, 자신과 달리 머스크가 적극적으로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불만”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테슬라를 소유하는 것은 마치 ‘마가’(MAGA) 모자를 쓰는 것과 같다”고 전했다. 마가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영문 앞 글자를 딴 것으로 트럼프가 대선에서 사용한 구호다.
2021년 12월 테슬라를 구매했다는 플로리다 거주자 로렌 레폴로는 “그(머스크)가 정치에 더 많이 관여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맙소사, 차를 팔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나는 머스크와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대신 차에 ‘반(反) 일론 테슬라 클럽’ 스티커를 붙이기 위해 샀다고 전했다.
FT는 이 스티커를 처음 만들었다는 매튜 힐러의 의견을 소개했다. 힐러는 머스크가 노골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는 걸 보면서 이미 테슬라를 구매한 많은 사람이 그에게 불만을 드러내고 싶을 것이라고 생각해 스티커를 만들어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힐러는 “지금 테슬라를 사는 사람들은 머스크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며 “전통적으로 테슬라는 진보적인 자동차로 여겨졌기에 아마도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는)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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